화폐 단위를 현재보다 낮추는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이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행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일단 오랜 기간 충분한 준비를 거쳐 시행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실제 화폐 개혁이 시행되려면 3∼5년은 더 걸릴 전망이다.
▽화폐제도 개혁 왜 하나=리디노미네이션 검토 배경에는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현행 화폐 단위를 유지할 경우 데이터 처리나 대금 결제 등에 불편이 따른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로 볼 때 4∼5년 후에 금융자산 총액이 ‘조’ 단위로는 표시가 안돼 ‘경(조의 만 배)’ 단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액권을 도입하더라도 경제규모 증가추이를 볼 때 화폐 단위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한국 화폐의 대외 이미지도 높일 수 있다는 것. 달러화나 유로화 등 선진 화폐와 환율이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이르면 2008년 시행 가능=정부가 연내에 화폐 단위 변경을 결정하더라도 준비 과정에서 3∼5년이 소요돼 실제 시행 시기는 이르면 2008년, 늦어도 2010년이나 돼야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폐와 동전을 다시 찍어내야 하는 데다 시중의 자판기는 물론 현금입출금기(ATM), 신용카드 리더기 등의 액면인식 센서 등을 교체해야 한다. 또 현재 쓰이는 문서 등도 바꿔야 한다.
한국은행은 2002년부터 화폐제도 개선방안으로 리디노미네이션과 위폐방지 및 도안혁신, 고액권 발행 등 3가지 안을 중장기 과제로 선정해 검토해왔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개혁이 아니고 계산 편의를 위한 화폐단위 변경”이라며 “신권과 구권간의 원활한 교체를 위해 최소 1년간은 신·구권이 동시에 통용되기 때문에 예금봉쇄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 상황이 최대 걸림돌=현재 정부가 화폐단위 변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수 침체가 여전한 데다 수출 성장률도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화폐 단위 변경을 추진할 경우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또 국민들의 심리적 정서적 저항감을 극복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10억원의 재산이 1000만원으로 바뀔 경우 심리적인 위축감이 상당하다는 것.
화폐 교체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은 현금지급기(CD)나 ATM, 자동판매기 등을 모두 교환하는 비용을 2조원 남짓으로 추산하고 있다.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화폐 액면단위 변경. 화폐 액면 단위를 1000분의 1 혹은 100분의 1로 축소하는 것을 뜻한다. 디노미네이션은 화폐, 채권, 주식 등의 액면 금액.
박 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