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전 장우성 화백(오른쪽)이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자택에서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영세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 가톨릭신문
한국화의 거장 월전 장우성(月田 張遇聖·92) 화백이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자택에서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의 주례로 영세를 받았다. 세례명은 ‘요셉’.
장 화백은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지만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있던 1949년 로마 교황청이 개최한 ‘성모성년 기념 국제성화미술전’에 한복을 입은 한국인 얼굴의 성모자(聖母子)와 순교자들을 그린 ‘성화 3부작’을 출품하면서 가톨릭과 인연을 맺었다. 그 이후 동료였던 장발(張勃)교수등 주위 사람들이 “영세를 받으라”고 여러차례 권유했지만 계속 미뤘다고 한다. 그러다 최근 가톨릭 신자인 세 딸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영세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화백이 영세를 받고 싶어 하지만 거동이 불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김 추기경이 직접 장 화백의 자택으로 찾아가겠다는 뜻을 밝혀 이날 영세가 이뤄졌다.
서울대교구 성(聖)미술감독 정웅모 신부는 “월전은 신자가 아니었지만 한국 교회미술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살린 작품을 선보이고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 공헌했다”며 “예술을 통해 신앙을 전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장 화백은 세례를 받은 뒤 “성화를 그리며 마음속에서는 오래 전부터 하느님과 늘 가까이 있었다”며 “하느님 안에서 더욱 깊이 살게 돼 참으로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화백은 ‘성화 3부작’이후 성화를 많이 그렸으며 절두산 성지와 여의도성모병원, 성심여고 등에 ‘성모자상’ 등 그의 작품이 걸려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