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연례 도서전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2005년 주빈국(主賓國) 행사 조직위원장을 맡아왔던 이강숙씨(68)가 최근 사퇴했다. 주빈국 행사 준비를 총괄해 온 황지우 조직위 총감독도 8일 과로로 쓰러져 입원 중이다.
주빈국 행사는 매년 한 나라를 정해 독일 전역에서 그 나라의 출판을 비롯한 문화전반을 소개하는 것으로 도서전 중 가장 큰 행사다. 내년 주빈국으로 초청된 우리나라는 10월 6일 개막하는 올해 도서전에서 각종 홍보를 해야 하는데 위원장이 사퇴하는 바람에 차질이 우려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내년 행사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주빈국 행사를 치르려면 주빈국관 건립비용 최소 30억원을 비롯해 모두 262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이 외부 재원 마련에 힘을 쏟았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 지원금 130억원만 확보된 상태다. 이 전 위원장이 “지쳤다. 쉬고 싶다”며 사표를 낸 것도 재원 마련에 한계를 느낀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정종진 사무국장은 “불경기의 영향이 있긴 해도 ‘문화 올림픽’이라 할 주빈국 행사에 대한 재계의 이해와 협조가 너무 적다”고 말했다. 황 총감독도 “코리아의 문화 브랜드를 국제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왔지만 홍보비 마련부터 ‘시계(視界) 제로(0)’”라고 털어놓았다.
위원장의 사퇴로 부위원장 중 연장자인 박맹호 민음사 사장(71)이 규정에 따라 위원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조직위는 10월 중 신임 위원장을 뽑을 예정이지만 위원장이 선출되더라도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