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여론마당/이재헌]플랜트산업 ‘수출효자’로 키우자

입력 | 2004-09-16 19:07:00


19일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순방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주요 과제 중에는 플랜트 수주와 에너지 자원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는 국정 브리핑이 있었다. 대기업 총수 등 재계 인사 50명이 순방에 동행하는 것도 플랜트 등과 관련한 경제적 효과를 염두에 뒀기 때문일 것이다.

플랜트 산업은 기계 화공 분야의 건설산업으로서 원유 가스 석유화학제품 전력 담수 등의 생산 저장 처리 유통을 위한 공장이나 설비를 건설하는 산업이다. LG건설이 주도해 이번 순방에서 서명할 예정인 타타르스탄자치공화국의 26억달러짜리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공사, 삼성물산이 주도한 하바로프스크 정유공장 증설공사의 수주가 바로 ‘플랜트 수주’의 예다. 이 외에 카자흐스탄 수출입 통관 자동화시스템 구축, 카스피해 유전 광구개발, 브데노브스크 우라늄 광산 공동개발 등도 플랜트 건설사업에 포함된다.

플랜트 건설은 대부분 1000억원 이상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이고 긴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지역에 따라서는 정치적 위험을 안아야 하는 경우도 많아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플랜트 건설 수주가 정상외교의 주요 의제로 논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규모가 크고 복잡한 플랜트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체도 대형이어야 한다. 플랜트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는 대부분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 건설업체 혹은 대형 중공업사 등이 플랜트 사업을 주도한다. 그렇지만 플랜트 사업이 대기업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플랜트 건설에 필요한 기자재는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조달하므로 해외 플랜트 수주를 할 경우 인접 산업의 수출유발 효과가 아주 크다.

플랜트 산업은 인력개발 효과도 크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의 전공분야는 수십개에 이른다. 우리가 지금 플랜트를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것도 1970년대에 활약한 우리의 선배들이 피땀 흘린 경험을 전수받은 매니저(사업진행 책임자)급 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니저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지휘자도 최초엔 한 가지 악기에 관한 전문인이었듯이 이 매니저 역시 한 전공기술의 전문가였지만 다방면의 경험을 쌓으면서 전체 플랜트 사업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플랜트 산업의 이런 ‘오케스트라형 특성’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지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이 산업을 주관하는 정책부서가 없다. 심지어 어렵게 플랜트 사업에 필요한 국가적 기반 연구나 인력 양성을 계획했어도 그것이 중소기업 우선지원정책에 반하는 대기업형 산업이라는 이유로 지원이 거부되기도 한다.

국내에 부존자원이 없고 마땅한 성장동력을 찾기도 쉽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해외 플랜트 산업은 적어도 향후 20년 이상 우리 수출의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다. 이번 순방에 참여하는 정부와 경제계의 지도자들은 지금의 어려운 여건에서 우리에게 가장 실속 있는 산업분야가 무엇인지, 또 무엇으로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국민을 먹여 살릴지를 온몸으로 느끼고 돌아왔으면 한다.

이재헌 한양대 교수·기계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