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의 편지/루쉰 쉬광핑 지음 임지영 옮김/416쪽 1만7900원 이룸
20세기 초 중국 신문화와 현대 문학의 기수였던 루쉰은 1925년부터 제자였던 쉬광핑과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연애 감정을 나누게 됐다. 베이징여자사범대에서 루쉰의 강의를 들었던 쉬광핑은 결국 루쉰과 결혼했으며 중국 정부가 수립된 후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까지 지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들은 1933년 ‘양지서(兩地書)’라는 책으로 출간됐지만 애정 표현과 보안상의 비밀이 삭제된 채로였다. 43편의 편지를 담은 이번 책은 당시 삭제된 부분을 복원한 것이다. 루쉰이 단오절에 저녁 식사를 하고 취한 척하면서 애정을 고백했던 일이 대표적이다. 그가 “인적이 없을 때는 창가에 선 채로 소변을 봤다” “나는 작은 고슴도치, 당신은 작은 연꽃송이”라는 식으로 솔직하게 고백하는 대목들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정감이 가기도 한다.
격동기 중국을 살아간 남녀의 사상적 논의와 자아 분석, 강철 같은 의지와 부드러운 유머가 감동을 준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