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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고 나서]가슴 저미는 그리움 속으로 초대합니다

입력 | 2004-09-17 17:26:00


추석을 앞두고 따뜻한 내용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습니다. B3면 ‘내 어머니의 등은 누가 닦아 드릴까’는 우편집배원이 쓴 고향 이야기라 눈길이 갑니다.

전남 신안의 재원도라는 섬에서 태어나 도시로 유학을 떠나 집배원이라는 직업을 가진 한 생활인이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어 기억하는 고향과 어머니와 가족,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한 편의 수필처럼 펼쳐집니다. 살인적인 교통체증도 마다하고 명절이면 고향으로 달려가는 우리들에게 새삼 고향과 가족의 정을 새기게 해 주는 책입니다. 갈수록 세상은 진보한다고 하는데 사는 것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때, 한 걸음 느리게 나와 주변을 여유 있게 돌아보게 합니다.

죽을 때까지 일기를 써 온 철학교수의 책 ‘아미엘의 일기’(B1면)도 마찬가지입니다. 궁핍하고 고독했지만, 자기수양의 도구로 수십 년 동안 거의 매일 일기라는 형태로 자신의 내면과 맞닥뜨렸던 저자의 생각이 100여년이라는 시간과 스위스 제네바라는 공간을 뛰어넘어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정서적 일체감이 든다든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세상은 광속으로 변하고 모든 것은 달라진다고 하지만, 두 발로 걷는 인간의 감정이나 생각은 변치 않는 것인가 봅니다. 혹 실패를 경험하셨다면, 체념을 배우는 것이 인생이라는 저자의 말에서 힘을 얻으시길 빕니다.

책의 향기팀 b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