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물을 황소 60마리 값을 받고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 17일 미국 일간지 LA 타임스에 소개된 야구팬 마이클 메이핸(28)의 이야기다.
그에게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올해 초. LA 다저스의 오랜 팬이자 투자은행에 근무하는 메이핸은 홈런 볼이 돈이 된다는 점에 착안해 희한한 생각을 해냈다.
지난해까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런왕 배리 본즈가 때려낸 통산 홈런은 658개. 올 시즌 언론에서 예상한 그의 홈런 수는 42개. 따라서 메이핸은 대망의 700홈런이 본즈의 마지막 경기에서 달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6개월여 전에 10월 2일부터 4일까지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와 LA 다저스의 3연전 중 2경기의 오른쪽 외야석을 대거 사들였다.
오른쪽 관중석은 극단적인 끌어치기 타자인 본즈의 홈런 볼이 꽂히는 명당자리. 메이핸은 좌석당 6달러 하는 외야 티켓을 단체 할인가격인 3.50달러에 모두 6458장(약 2만5000달러)을 샀다.
이를 뒤늦게 안 다저스는 불법이라며 만약 메이핸이 산 좌석이 당일 20% 이상 빌 경우 무료 관중을 불러들이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메이핸은 벌써 친구나 가족 등 주위에 표를 나눠주거나 장당 15달러에 팔고 있다.
표를 건네주기 전에 ‘만약 홈런 볼을 잡으면 내게 돌려주고 공을 판 수익금은 절반씩 나눠야 한다’는 8쪽짜리 각서까지 받았다.
17일 현재 본즈는 699개의 홈런을 기록해 700홈런 대기록은 이달 안에 수립될 것이 유력한 상태. 따라서 메이핸으로선 본즈가 최악의 슬럼프에 빠지거나 상대 투수의 극심한 견제가 계속되기를 기도해야 할 판. 다행히(?) 본즈는 17일까지 최근 3경기에서 홈런포가 침묵했다.
하지만 메이핸은 홈런 볼은 손에 못 쥐더라도 3.50달러를 주고 산 티켓 중 일부를 15달러에 팔았으니 최소한 본전은 건진 셈.
참고로 1998년 마크 맥과이어(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70호 홈런 볼은 305만달러, 2001년 본즈의 73호 홈런 볼은 51만7500달러에 팔렸다. 본즈의 700호 홈런 볼은 최소한 30만달러 이상이 예상된다는 게 현지 분석. 번뜩이는 머리 하나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