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스스로가 소아마비로 인한 지체 3급 장애인인 주부 신경희씨(43)는 불편한 다리에도 불구하고 4년째 매주 한 번씩 장애 아동들의 공부를 돕고 있다. 권주훈기자
“비록 제 다리가 불편하지만 기다려 주는 사람과는 함께 걸을 수 있듯이, 참을성 있게 지켜봐 주면 장애아동들도 스스로 뭔가를 해내게 됩니다.”
4년 동안 방과 후에 장애 아동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해온 주부 신경희씨(43·서울 강남구 수서동)는 소아마비로 인한 지체 3급 장애인이다.
불편한 걸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주 서초구에 있는 ‘사랑의 복지관’을 찾는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안 갈 수가 없어요. 한 주 전에 못 풀던 문제를 어느새 풀어내는 걸 보는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죠.”
신씨가 처음 장애아동 돕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10세 때. 선천성 소아마비로 재활원에서 3차례의 수술을 받아야 했던 그는 당시 자폐아, 정신지체아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한 사회복지사를 보면서 자신도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하지만 경제적, 신체적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대신 2000년 자원봉사의 길을 택했다.
그는 “봉사활동을 통해 ‘인내’와 ‘이해’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장애아동들이 걸핏하면 물거나 때리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깊은 애정을 쏟다 보면 어느새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
“자폐아들은 신발 하나를 벗더라도 한쪽을 벗은 뒤 한참 다른 일을 하다가 여러 번 말해야 나머지 한쪽을 벗어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대신 해주면 안 되죠. 스스로 해낼 때까지 기다려야 하거든요.”
신씨는 “덕분에 나를 보며 답답해하는 비장애인들의 마음도 이해하게 됐다. 요즘은 함께 걷는 사람이 보폭을 맞추지 못하고 빨리 걷더라도 속상하지 않다”면서 웃었다.
자신의 장애로 인해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통해 아픔을 치유받기도 한다는 것.
도장 파는 일을 하는 남편과 넉넉지 않은 살림을 꾸려 가고 있지만 남편은 “자원봉사를 할 때 당신 얼굴이 가장 환하다”며 그를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
요즘 신씨는 매일 오전 6시에 집을 나서 일산에 있는 직업학교에서 수화와 옷 만들기를 배운다. 왕복 다섯 시간이 걸리는 먼 길이지만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매일 학교로 향한다.
“언젠가 청각 장애인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이들에게 옷 만들기를 가르쳐주는 게 제 꿈이에요. 그래서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지 않아요.”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