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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보니/김성윤]중국이 그렇게 만만한가

입력 | 2004-09-17 18:29:00


한국에 들어갈 때마다 중국에 대한 자기 인상을 한마디씩 던지며 확인을 구하는 사람들을 대한다. ‘중국 사람들은 지저분하지 않느냐’ ‘중국에서는 한국 돈이 통하더라’ ‘중국제 물건은 싸기만 하고 쓸만한 게 없더라’ 등이 한국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중국 인상’이다.

이런 얘기를 듣다 보면 그 저변에 깔린 우리의 ‘국민소득(GNP) 차별주의’(1인당 소득이 낮은 나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월감)를 엿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저개발 지역이나 관광지의 저소득층 중국인들을 만나보곤 중국인 전체가 지저분하다고 평한다거나 한국인들이 대부분인 관광지의 중국 상인이 한국 돈을 받는 것을 보고 중국에서는 한국 돈이 통용된다고 지레짐작하는 태도 속에는 중국에 대한 우월감이 숨어 있다.

중국은 청나라 말기부터 근세까지 약 150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세계 경제대국의 자리를 지켜 온 나라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최근 10여년 사이 옛날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듯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이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해 싸구려 제품만 생산하는 줄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미 중국 기업들은 자체 브랜드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머지않아 저가 브랜드뿐 아니라 고급 브랜드로도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기술력이 우리보다 한참 뒤진다고 생각했던 중국이 얼마 전 자체 기술로 개발한 유인 우주선을 띄우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는 과거 중국을 우러러봤으나 지금은 무시한다. 이제 그들이 강대국이 되면 또다시 눈치를 보는 악순환을 계속할 것인가.

중국은 큰 나라다. 그러나 크기 때문에 우리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우리가 경제적으로 조금 더 잘 산다고 우리가 우월하다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나와 상대의 진면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려는 태도요,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남의 것을 존중하려는 자세다.

중국에 와서 나는 세종대왕을 가장 존경하게 됐다. 한글을 창제하지 않았다면 무엇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을 구별할 것인가. 또한 나는 한복이 있음을 조상들에게 감사한다. 적어도 외국에 살면서 전통 복장을 입고 참가하는 행사에 미국인들처럼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중국에 대한 ‘애정’도 크다. 큰 나라이기에 더욱 더 공을 들여 알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에 1주일 왔다가 간 한국인은 중국 박사, 1년을 산 사람은 중국 석사, 2년을 산 사람은 중국 학사라는 말이 있다. 짧은 중국 방문을 통해 얻은 단편적인 지식으로 중국에 대해 통달했다는 식의 분석을 쏟아내는 한국 사람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말이다. 과연 이런 피상적인 분석과 ‘우물 안 개구리’ 식의 평가가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내 것에 대해 똑바로 알고 남의 것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으로 그들을 알아가야만 세계무대에서 우리가 무시당하지 않고 존중받을 수 있다. 자기 나라에 대한 사랑이 다른 나라와 그 문화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질 때, 그것이 다시 우리의 국가적 자부심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김성윤 로커스차이나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