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인 17일 미국 뉴저지주 잭슨빌의 놀이공원 식스 플래그스.
롤러코스터를 타는 사람들은 이슬람교도들이었다. 이슬람 전통의상인 히잡을 쓴 여성들도 있었다.
뉴욕 등 미국 동북부 지역의 이슬람교도 1만5000여명이 전통 명절 ‘이슬람 청년의 날’ 축제행사를 즐기는 중이었다.
이들이 미국 땅에서 축제행사를 연 것은 2001년 ‘9·11 테러’ 사흘 전 행사에 이어 3년 만이다.
미국에서 이슬람교도들은 단체 모임이 남의 눈에 띄는 것을 겁낸다. 테러조직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에 찬 눈길을 받아야 하기 때문. 이날 행사장 입구에선 참석자들이 평소보다 훨씬 엄격한 검문검색을 받느라 두 시간가량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하루 전날 폭발물 탐지견을 동원해 공원 곳곳을 점검했다.
식스 플래그스의 크리스틴 시벤나이처 대변인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교도들에게 놀이공원을 하루 빌려주기로 하자 여러 곳으로부터 행사 내용과 준비 상황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면서 “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벌이거나 공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항의전화도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벤나이처 대변인은 “우리 공원은 봄과 가을엔 주말에만 문을 열고 주중에는 이따금 단체손님을 받는다”면서 “우리는 인종 차별을 하지 않으며 이슬람교도만이 아니라 유대인이나 기독교 단체의 행사 장소로 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북미이슬람협회(ICNA) 파르한 페르베즈 사무총장은 “9·11 기념일을 전후해 우리만 축제를 할 수 없어 최근 2년간 행사를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도 9월을 피해 행사를 개최하려 했으나 17일 외엔 가능한 날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은 유대인의 설날인 ‘로시 호샤나’로 유대인이 많이 사는 뉴욕 등지의 학교가 쉬는 날이어서 이슬람교도 어린이들도 모처럼 단체로 놀이공원을 찾을 수 있었다.
뉴욕=홍권희특파원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