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초강력 허리케인 ‘아이반’으로 초긴장 상태입니다.
지난주 동남부 4개주 주민 약 200만명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미국인들이 서둘러 집을 떠나는 모습, 대피소에서 웅크려 자거나 먹을 것을 배급받는 장면들이 속속 보도됐습니다.
재해대책본부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1만개의 시신용 백을 마련해 놨다는 보도까지 흘러나왔습니다. 보험업계가 추산하는 피해 규모는 최대 200억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태평양 건너 먼 나라에서 들려온 이 소식 때문에 긴장한 한국의 대기업이 있습니다.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현대자동차입니다. 앨라배마는 긴급 대피령이 떨어진 4개주 가운데 하나입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측은 현재 태풍의 진행방향과 강도 등을 체크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서울 본사와도 수시로 대응책 논의가 오갔습니다. 현대차는 결국 아이반이 내륙으로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앨라배마 공장 문을 닫았습니다. 또 본사파견 인력 60여명과 현지 인력 700여명에게도 회사에 나오지 말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 공장은 내년 3월 본격 생산을 목표로 현재 시험 가동 중입니다.
현대차는 공장이 내륙에 위치해 있어 아이반의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허리케인이 어느 순간 휙 방향을 틀게 될는지 누가 압니까. 미국 공략의 핵심기지 설비가 파손되면 신형 쏘나타 생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습니다. 무사히 비켜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기업들이 글로벌화 되다 보니 이제는 미국의 허리케인까지 신경 써야 되는 시대입니다. 다른 나라의 정치, 사회적인 변화는 물론 기후 변화까지 모두 한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현지판매법인만 달랑 있는 것이 아니라 수백억, 수천억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생산설비가 해외로 나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글로벌 생산 시스템, 그리고 세계화. 이번 허리케인과 현대차 공장의 대응을 보면서 떠오른 두 가지 키워드였습니다.
이정은 경제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