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의 핵 관련 실험에 대한 추가 조사를 위해 방한한 핀란드 출신의 샤코넨 단장(가운데) 등 국제원자력기구(IAEA) 2차 사찰단원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인천=연합
국제원자력기구(IAEA) 2차 사찰단이 19일 입국함에 따라 한국의 핵관련 실험에 대한 국제적인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검증절차 ‘제2라운드’의 막이 올랐다.
특히 한국의 핵관련 실험에 대해 ‘최상급심’ 역할을 하는 IAEA 이사회는 이번 추가 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나온 공식보고서에 따라 11월 최종 판단을 내리기로 한 만큼 이번 사찰의 결과가 주목된다.
IAEA와 한국 정부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번 2차 사찰단의 활동내용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무엇을 조사하나=2차 사찰단은 1차 사찰단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조사를 벌인 사항 가운데 미처 확인하지 못했거나 의문이 남아있는 부분들을 중심으로 보완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는 크게 나누어 한국이 1982년에 진행한 플루토늄 추출실험과 2000년에 실시한 우라늄 분리실험에 대해 진행된다.
1차 사찰단은 2000년 분리한 우라늄 0.2g 중 절반인 0.1g의 시료를 채취해 갔지만 1982년 추출한 플루토늄 0.08g에 대해서는 봉인만 한 채 그냥 두고 갔다.
과학기술부 관계자는 “2차 사찰단이 플루토늄 시료를 채취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 분리한 우라늄 0.2g의 원재료가 됐던 1982년 변환한 금속우라늄 150kg에 대한 사용 실태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982년 인광석에서 뽑아낸 천연우라늄 가운데 150kg을 금속 형태로 정련했고 이 가운데 3.5kg을 이용해 0.2g의 저농축 우라늄을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2차 사찰단은 이에 대한 경로 추적도 함께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금속우라늄 12.5kg이 줄어 현재 134kg만 보관 중이라는 설명에 대해 변동 부분을 신고하지 않은 이유와 더불어 12.5kg의 감소가 한국 정부의 설명과 일치하는지도 파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사찰단은 서울 공릉동 연구용 원자로 건물, 대전의 한국원자력연구소 등을 방문해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실험 관련 연구자들과의 면담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절차와 전망=2차 사찰단이 추가 조사를 마치고 26일 IAEA 본부로 돌아가면 1, 2차 조사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놓고 한국 정부가 8월에 제출한 보고서와 일치하는지를 분석하게 된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만든 보고서는 11월 25일 열릴 예정인 IAEA 정기이사회에 보고된다. 이사국들은 이 보고서를 기초로 이번 사안에 대한 처리방향을 결정한다.
만일 한국의 핵물질 실험을 보고의무에 대한 단순한 ‘협정 위반(violation, breach)’ 정도로 판단하면 이번 사안은 ‘유의(take note)’ 선에서 종결된다. ‘앞으로 지켜보고 유의하겠다’는 경고를 보내면서 사안을 종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핵물질 실험이 IAEA의 안전조치협정에 대한 중대한 ‘의무 불이행(noncompliance)’으로 판단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유엔 안보리가 소집돼 한국에 대한 제재 조치까지 본격 논의하게 된다. 한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우리 정부는 어떤 예단도 없이 IAEA의 추가사찰에 대한 결과를 지켜본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사찰단이 충분히 조사한 뒤 그들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정부가 발표한 ‘평화적 핵 이용에 관한 4원칙’은 투명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cosmos@donga.com
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