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세로 3인치(7.6cm) 크기 나무판 그림을 수만 개씩 배치해 대형 설치작품을 만들고 있는 재미 미술가 강익중씨(44)가 비무장지대 안을 흐르는 임진강 위에 남과 북을 연결하는 그림 다리를 놓는 ‘꿈의 다리’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남과 북을 통과하며 흐르는 임진강에 4개의 기둥을 세우고 기둥 위에 세계 어린이들이 평화와 희망의 염원을 담아 그린 그림들을 빼곡히 이어 붙일 계획.》
강씨는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최근 두 차례나 평양을 방문해 북한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 냈다. 구체적인 작업 일정이나 규모 등은 추후 협의키로 했다.
그는 ‘꿈의 다리’ 프로젝트에 대해 “한마디로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이른바 물에 떠 있는 미술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쟁과 갈등으로 충돌하는 세계에서 문화만이 화합과 조화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이야말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5일 통일염원을 담은 지름 12m에 달하는 대형원구를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물 위에 띄우기도 했다. 이 작품은 세계 어린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보내온 그림 13만여장을 이어 붙인 설치작품으로 전 세계 어린이의 꿈이 담긴 달이라는 뜻에서 제목도 ‘꿈의 달’이라고 붙였다.
재미 설치미술가 강익중씨가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물 위에 띄운 대형 원구 ‘꿈의 달’. 세계 어린이들의 그림 13만여장을 이어 붙인 설치작품으로 평화와 화합의 염원을 담았다. -사진제공 강익중씨
임진강 그림다리나 호수공원의 달 작업은 작가가 오래전부터 기획해 온 ‘놀라운 프로젝트’의 연작들이다. 5년 전 경기 파주시 통일동산에서 해외교포 어린이까지 포함해 초중고교생 5만여명의 그림전을 펼치기도 했던 그는 최근 미국 프린스턴대 도서관이 갖고 있는 전 세계 대학도서관 인터넷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어린이들의 그림을 받아 작품에 활용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나의 꿈’ ‘나의 미래’라는 두 가지 주제 중 하나를 택해 그린 그림을 강씨가 만든 ‘놀라운 세상’ 웹사이트(www.amazedworld.com)에 띄우면 이를 토대로 나무판을 제작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국경과 인종을 넘어 화합과 평화의 염원을 작품에 담겠다는 취지다.
지구촌 평화를 위한 민간 차원의 다국적 문화운동 모임인 세계문화오픈(WCO) 제1회 서울대회 참석 차 잠시 귀국한 그는 광주비엔날레(11월 13일까지)에 부처 그림 3349개를 3.4m 높이로 쌓아 올린 ‘삼라만상 2004’를 출품하기도 했다.
또 4월 개관한 프린스턴대 도서관 1층 벽화 작업도 마쳤다. 강씨는 프린스턴대학으로 더 유명한 프린스턴시가 백인과 남미 출신들이 큰길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사는 단절의 도시라는 점에 착안해 벽화를 세계 어린이들의 그림과 시민들이 기증한 작품으로 꾸며 화합의 무대로 만들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