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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선물]명품 농축산물… “자존심 걸고 키웠죠”

입력 | 2004-09-20 16:27:00


《명품 뒤에는 명품을 만들고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오랜 기간 한 분야에만 정진해 최고의 공예 걸작품을 만드는 ‘장인’들처럼 농축산물에도 ‘명품’을 만드는 사람 ‘명인’이 있다. 주요 백화점들은 매년 자신들의 자존심을 건 명품들을 선보인다. 명품을 생산하는 명인들을 현지 취재 등을 통해 소개한다.》

▽‘명품 한우, 청정 자연과 우수한 품종 그리고 정성의 합작품’=강원 화천군 사내면 화악산 자락의 웰섬목장. 해발 500m에 자리잡은 이 목장은 울창하고 깊은 산 속에 있다. 국도를 벗어나 차 한대가 겨우 들어 갈 수 있는 좁은 도로를 따라 5분가량 들어가 목장을 확인하기까지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더욱이 대규모 한우 목장(현재 약 1200두 사육, 2000두 사육 가능)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목장을 드나드는 모든 차량은 항상 소독을 한다.

웰섬 목장의 조세환 사장(44)은 이런 청정지역에서 지하 270m의 지하수와 맑은 공기로 한우를 기른다. 국내 최고 명품이라고 자부하며 14년째 신세계백화점에 납품할 수 있는 것은 조 사장의 명품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올해 명품 한우 고기에는 ‘5 스타’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조 사장의 ‘한우 명품 생산’은 충남 천안시 성환읍의 종축개량원에서 우수한 정자를 골라 받아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우수 품종이 길러져 개량원에 주기도 한다. 쇠고기의 품질은 약 60∼70%가 품종에 의해 좌우되지만 나머지는 사육 조건과 먹이는 사료, 정성 등에 의한 것이다. 개량원으로부터 엇비슷한 ‘씨’를 받아가도 각기 다른 품질의 쇠고기가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조 사장은 송아지 분만장의 내부 시설에 평당 150만원을 들여 위생, 안전 관리를 하고 우사(牛舍)는 대학 교수진까지 참여해 채광과 통풍 시설을 했다.방목해 먹이는 풀에는 농약을 쓰지 않는다. 키우는 중에도 서로 싸우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세심히 살핀다.

▽‘30여년 외곬 집념으로 탄생한 장생 도라지’=롯데백화점이 올 추석 대표 명품 세트로 내놓은 ‘진주 장생 도라지 세트’는 수십년을 한 길에 몰두해 온 이성호 장생도라지연구원장(73)의 분신과도 같은 제품이다. 회사는 아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연구원장만 맡고 있다.

농부의 아들이었던 이 원장은 23세이던 1954년 ‘도라지를 3년 이상 길러 보자’는 꿈을 품게 된다. 3년 이상된 야생 도라지를 먹은 동네 어른이 잔병 치레도 하지 않고 원기가 왕성했던 어렸을 적 기억이 났다. 무학(無學)으로 변변한 직업도 없었던 그가 ‘장생(長生) 도라지’ 재배에 인생을 걸었다. 보통 야생 도라지는 2, 3년 이상을 넘기지 못하지만 3년 이상을 넘겨 ‘장수’하면 ‘산삼보다 낫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

뚜렷한 생업도 없이 동네 텃밭과 야산 등을 다니며 비료를 바꾸고 땅을 바꿔가며 도라지 기르기를 16년. 1970년 초봄 그는 드디어 ‘다른 작물을 재배한 적이 없는 야산 황토 흙’에서 다 죽어가던 도라지에서 싹이 다시 돋고 뿌리에서도 새 살이 붙는 것을 확인했다. 드디어 ‘장생 도라지’ 개발 방법의 단초를 터득하게 된 것. 그런 그가 20년 이상된 장생 도라지를 대량 재배, 수확할 수 있게 된 것은 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였다. 91년에는 재배 기술에 대해 특허도 받았다.

‘장생 도라지’는 이 원장이 창업주인 ㈜장생도라지의 고유 브랜드. 보통 21년 이상된 도라지를 가공 판매하지만 올해 처음 생체 선물 세트를 롯데백화점을 통해 선보였다.

장생 도라지는 지금은 경남 진주 산청 하동 등 일부 지역에서 약 250여 농가가 이 원장과 회사 전문가들의 지도를 받으며 재배하고 있다.

▽‘더덕도 장뇌삼 산더덕으로 업그레이드’=㈜용문산산서덕영농조합 조남상 사장(53)이 올 추석 명품으로 현대백화점을 통해 판매하는 ‘10년근 장생 더덕’은 1.5kg 한 세트로 30세트에 불과하다. 그만큼 ‘반 자연상태’에서 오래 키우기가 어렵다.

물론 옮겨 심으면 재배 햇수를 늘릴 수는 있지만 한 곳에서만 오래 자란 순수 산더덕과는 효능이 다르다. 일반 더덕은 보통 2, 3년 이상을 살지 못한다. 조 사장은 6년 이상된 것만을 수확한다.

그는 80년대 초반부터 밭에서 기르는 ‘밭더덕’과는 다른 산더덕을 기르기 위해 이런 저런 실험을 해 93년 드디어 ‘산더덕’ 재배에 성공했다.

품종 개량 등을 위해 나무를 베어낸 곳에 씨를 뿌리고 풀을 베어 주며 가꾸는 그의 더덕 재배 방식은 ‘장뇌삼식’이라고 불린다. 일부에서는 산을 밭으로 일구고 그곳에서 재배한 것을 ‘산더덕’이라고 부르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산더덕과 구분하기 위한 것.

그는 현재 경기 양평군 서종면 용문산 일대와 파주 광주 등 지역 약 100만평에서 이 같은 방법으로 산더덕을 기르고 있다.

그의 ‘장뇌삼식’ 산더덕 재배 기술은 전문가들로부터도 인정을 받아 1999년부터는 산림청 임업연수원 강의를 통해 임업후계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산더덕’을 기르는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일부는 조 사장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한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