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연습과 새로운 감각의 인터넷 홍보로 관심을 끄는 현악4중주단 ‘콰르텟 X’ 멤버들. 오른쪽부터 조윤범(제1바이올린·리더) 오새란(첼로) 김치국(비올라) 이혜령씨(제2 바이올린). -사진제공 콰르텟X
콘 4중주’와 ‘고양이 4중주’를 들어보셨나요?
20대 연주가 네 명이 결성한 ‘콰르텟 X’가 세 번째 연주회를 갖는다. 10월 10일 오후 7시반 금호아트홀. 현대 작곡가의 창작곡은 없다. 베토벤의 현악4중주 아홉 곡에서 한 악장씩만 뽑았고 넷이 의논해 여기에 ‘전보’ ‘경마’ 등 나름의 제목을 붙였다.
연습과 연주실황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팬들이 뽑은 ‘인기 순위표’를 공개하고… 청중에게 다가서기 위한 실험에 몰두해 온 ‘콰르텟 X’의 재치가 묻어나는 콘서트다.
●“베토벤 곡에 왜 마음대로 제목을 붙였나요?”
“대학 동문들에게 좋아하는 클래식 곡이 뭐냐고 물어보면 거의 제목이 붙은 것들이더군요.”
리더 조윤범씨(29)의 설명. 간단한 제목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앞선 두 번의 공개 콘서트에서도 그리그 현악4중주에 ‘바이킹’, 슈베르트 현악5중주에 ‘나비’ 등 ‘셀프 메이드’ 제목들을 붙였다.
이번 연주곡 중 ‘고양이’는 베토벤 현악4중주 1번의 4악장. 고양이가 털실을 갖고 노는 듯한 이 곡의 느낌에 착안했다. ‘팝콘’은 현악4중주 14번의 5악장. 펑펑 터지는 듯한 리듬을 제목으로 정했다. 전곡에서 한 악장씩만 추려 연주하는 것도 보수적인 클래식계에서는 과감한 실험이다.
“전곡을 듣자면 지치지만 산뜻하게 다가오는 악장만 뽑으면 끝까지 즐겁게 들을 수 있잖아요?”
이번 연주회에는 해설 프로그램도 없다. 베토벤 현악4중주 17곡 중 아홉 곡의 매력을 설명한 ‘타로 카드’ 아홉 장으로 대신했다.
●“흔한 외국 유학도 안했다면서요?”
조윤범(제1바이올린) 이혜령(27·제2바이올린) 김치국(27·비올라) 오새란씨(24·첼로) 등 연주가 네 명 모두 순수 국내파다. ‘혹사’에 가까운 국내 교향악단 활동경험을 갖고 있는 것도 공통점.
‘현악4중주가 좋다, 실내악이 좋다’는 뜻 하나로 뭉친 이들은 2000년 결성 당시 “3년 동안은 연습만 미친 듯이 하자”고 약속했다. 그래서 2002년 9월 첫 공식 연주회를 가졌다.
●“홈페이지는 왜 그렇게 요란하죠?”
콰르텟X의 홈페이지(www.quartet-x.com)는 여느 연주자들의 것과 사뭇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홈페이지 항목은 ‘웹CD’. MP3 등의 음성파일로 연습과 연주 실황 전부를 공개한다. 팬들이 듣고 가장 좋은 곡을 선정하는 ‘엑스차트’ 메뉴도 있다. 20일 현재 1위곡은 그리그의 현악4중주 ‘바이킹’.
모두 클래식계의 웹 전문가로 통하는 리더 조씨의 아이디어다. 조씨는 1995년 영화웹진 ‘플레이어’를 창간했고 인터넷 만화잡지도 만드는 등 녹록지 않은 ‘내공’의 소유자.
“CD시장이 포화에 이르고 인터넷 회선이 폭증하는 오늘날, 연주가들이 팬들에게 다가가는 길은 인터넷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외국 연주가 상당수가 웹에 연주파일을 공개하고 있어요.”
2만∼3만원. 1588-789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