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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박재광]한국인 수돗물 불신 지나치다

입력 | 2004-09-20 18:43:00

박재광


미국은 수돗물 원수 수질이 한강보다 더 나쁜 경우도 많지만 미국 사람의 90% 이상은 수돗물을 마신다. 그러나 서울시민이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비율은 1%대에 불과하다. 미국 내 한인 타운에는 한국산 정수기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가게가 적지 않다. 한국에서 형성된 수돗물 불신 때문인지 재미 교포들은 미국의 수돗물까지 불신한다. 유학생도 오자마자 정수기를 살 정도다.

미국에서 시판되는 생수의 25% 이상은 수돗물을 가공한 것이며, 그 수질규제도 수돗물보다 엄격하지 않다. 정수기는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는 곳에 설치되는 것 정도로 여긴다. 미국은 수돗물보다 최고 수천배 비싼데다 수질도 보증할 수 없는 생수나, 미생물 감염 위험이 높은 정수기보다는 엄격한 규제를 통과한 수돗물을 더 안전하게 여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평생 매일 1.4개비의 담배를 피우거나, 술 0.5L를 마시거나, 비행기를 1600km 타거나, 차를 50km 운전한 사람 100만명 중 1명이 죽을 확률과 염소살균 부산물 규제치를 초과하는 수돗물을 1년간 계속 마신 사람의 그것은 같다고 한다. 더구나 서울의 수돗물은 규제치를 훨씬 밑돈다.

급배수 설비에서의 오염 가능성이 수돗물 불신의 큰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탁도를 제외한 수돗물의 수질 기준은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면 그 불신요인도 좀 달리 보일 것이다. 또 녹물은 수도꼭지를 틀어 놓으면 금방 없어지는 것으로, 건강보다는 미관상의 문제가 크다.

한국처럼 정수기와 생수 광고가 많은 나라는 없다. 수돗물에 대한 지나친 불신은 불필요한 자원 낭비로 이어진다. 정히 수돗물을 못 믿겠다면 무조건 비난만 할 게 아니라 공정한 평가를 해보고 그 결과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