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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분식회계 과거’ 들통…1996∼99년 이익 부풀려

입력 | 2004-09-20 18:45:00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가 1999년 한 해 2조원에 이르는 분식(粉飾)회계를 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하이닉스는 2003년까지 분식 상태를 모두 해소했지만 관련 경영진과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에 대한 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옛 현대전자 경영진이 분식회계 및 횡령 사건에 연루된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내 반도체공장 설립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하이닉스의 경영 정상화에 차질이 우려된다.

▽금감원 조사 및 검찰 수사 병행=금감원은 1996년부터 연도별 회계처리 결과를 조사해 하이닉스가 1999년에 1조9799억원의 분식회계를 한 사실을 적발했다.

금감원 황인태(黃仁泰) 전문위원은 “실제로 없는 자산을 있는 것처럼 조작하거나 비용을 제대로 계상하지 않는 방법으로 이익을 부풀렸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시는 정부가 반도체 ‘빅딜’을 추진하던 때”라며 “하이닉스가 상대방인 LG반도체를 누르고 합병 주체가 되려고 의도적으로 몸집을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닉스는 1999년 10월 LG반도체를 합병했으며 2000년부터 해마다 의도적으로 적자를 내 부풀렸던 이익을 줄였다. 그 결과 2003년 말 분식 상태는 완전히 해소했다.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이날 “하이닉스 관계자들이 1999, 2000년 수십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같은 시기에 D사 등 6개 계열사에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와 분식회계를 통해 대출사기 등을 벌인 혐의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분식회계 관련자 징계 불가피=하이닉스의 1999년 분식 규모는 1998년 ㈜대우의 14조원보다 작지만 지난해 SK글로벌의 1조9000억원과 비슷하다.

하이닉스의 분식회계 가능성은 ‘대북송금 의혹사건’에 대한 지난해 특별검사의 수사에서도 드러났다.

현대전자는 1999년 스코틀랜드 공장 매각대금으로 추정되는 1억달러를 복잡한 경로로 북한에 송금해 회계처리 과정에 의문이 제기됐던 것.

이와 관련해 증권선물위원회는 22일 하이닉스와 전현직 경영진, 회계 감사를 담당한 삼일회계법인에 대해 과징금 부과 및 임원 해임권고 등의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검찰의 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검 관계자는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1999년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3년)가 지나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9년 전후 하이닉스나 LG반도체 주식에 투자했던 소액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상화에 걸림돌 될 듯=하이닉스는 “투자자를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회사의 재무제표에는 더 이상 부적절한 회계사항이 없다”며 “현재의 경영진과 회사 경영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까지 4분기 연속 흑자를 낸 하이닉스는 신뢰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비(非)메모리 사업부문 매각대금으로 부채 1조2000억원을 조기 상환토록 한 것은 채권단 결의가 끝난 상태여서 이번 사건의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삼일회계법인은 “분식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분식회계:

기업이 외부에서 돈을 쉽게 빌리기 위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려 회계를 왜곡하는 행위. 분식결산이라고도 부른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