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내년 1월로 예정된 총선이 제대로 치러질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계획대로 강행할 태세지만 유엔은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총선 강행”=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일 뉴햄프셔주 데리 유세에서 “우리는 이라크 군대의 훈련과 재건사업 등 준비를 통해 내년 1월 선거를 실시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과도정부 총리도 앞서 19일 “내년 1월 총선을 예정대로 치르겠다”며 유엔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특히 “몇몇 도시와 마을이 투표하지 않는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며 “(저항세력이 점령하고 있는) 팔루자 주민 30만명이 투표하지 않더라도 나머지 이라크 국민의 의지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강경발언을 하기도 했다.
▽‘산 넘어 산’=하지만 현실은 낙관적이지 않다. 무장세력의 저항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지난주 “선거는 예정대로 치를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도 “소요사태를 진정시키는 것이 당면한 문제”라고 인정했다.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감독하고 유권자 등록 작업을 조언했던 유엔은 총선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주 “폭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공신력 있는 선거를 실시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은 20일 인터넷판에서 “이라크 인구가 2500만명이라고는 하지만 정확한 인구조사를 한 적이 없고, 선거인명부 등록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북부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쿠르드족과 아랍 수니파 사이의 대립 및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 움직임도 총선 실시의 걸림돌이다.
강경 수니파는 키르쿠크의 자치권을 요구하는 쿠르드족을 ‘미군의 협력자’로 규정하는 반면, 일부 쿠르드족은 인구비례 방식의 총선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며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