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기자
호텔 ‘뽀이’에서 ‘호텔 리어’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호텔 리베라의 박길수 사장(48·사진)은 웨이터에서 시작해 특급 호텔의 경영자(호텔 리어)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호텔 2층에 있는 사장실에는 ‘노력하는 자는 성공한다’는 글이 담긴 액자가 걸려 있다.
“항상 나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살피고 미리 공부했어요. 웨이터 시절에는 캡틴(중간관리자)이 하는 일을 보며 준비했고, 캡틴이 돼서는 지배인의 일을 눈여겨봤죠. 그렇게 ‘준비된’ 모습이 눈에 띄다보니 승진도 빨리하게 됐죠.”
그가 호텔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 대학입시에 연거푸 낙방하고 군복무를 마친 뒤 직업을 찾던 그에게 호텔에 근무하는 누나를 둔 친구가 “너는 얼굴 반반하고 뺀질뺀질해 ‘호텔 뽀이’로 일하면 굶어죽지는 않겠다”고 권유했다.
YMCA에서 6개월 연수 과정을 마친 뒤 웨스틴조선호텔 ‘나인스 게이트’의 실습 웨이터로 시작했다. 부지런하고 성실해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서울 힐튼, 신라, 라마다 르네상스 등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2001년 호텔 리베라 총지배인으로 옮겼고, 지난해 마침내 사장이 됐다.
초보 웨이터 시절의 에피소드. 81년 당시 ‘나인스 게이트’의 단골 중에는 백두진 전 국회의장이 있었다. 그는 이 ‘거물 단골’에게 인상을 남기기 위해 일부러 백 전 의장의 팔에 맥주를 엎지른 뒤 백배 사죄하며 큰절을 했다. 그게 계기가 돼서 백 전 의장과 친해졌고, 호텔을 옮길 때마다 다른 고객을 소개받기도 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잘 웃으라”고 강조한다. “웃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가식적인 웃음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과 웃음은 반드시 고객에게 전달됩니다.”
늘 ‘한 단계 위’를 준비하며 호텔 사장까지 올랐지만, 그는 지금 만학으로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하며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회만 된다면 특1급인 신라호텔로 ‘금의환향’하고 싶다고 한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