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는 21일 “민생과 개혁은 분리할 수 없다”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안에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김경제기자
민주노동당 김혜경(金惠敬) 대표는 21일 “요즘 서민들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 하루에 두 끼 먹던 때처럼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며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투쟁에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 여당의 개혁 입법은 성실하게 추진돼야 하겠지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임기 안에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는 국정감사와 예산국회를 앞두고 민노당의 국회 대책을 알아보기 위해 마련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열린우리당이 민노당, 민주당과의 3당 개혁 연대를 추진 중인데….
“그동안 열린우리당은 (3당 연대)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환영하며, 주시하겠다. 현안인 국가보안법뿐 아니라 다른 개혁 입법들도 정직하게 다루지 않으면 국민과의 약속을 깨는 것이다.”
―민노당이 개혁과 민생 전반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국보법 폐지 문제는 창당 이후 계속 주장해 온 것으로 형법에 보완할 것도 없이 완전 철폐해야 한다. 비정규직 차별철폐법, 과거사 청산, 언론개혁도 중점을 두고 추진하겠다.”
―친일진상 규명과 수도 이전에 대한 입장은….
“친일진상 규명은 정치권 내에서는 객관적으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구로 하고 올바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도 이전의 경우, 서울과 같은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는 형식의 수도 이전에는 반대한다. 국민의 의견수렴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노 대통령 당대에 모든 것을 급하게 하는 것은 무리다.”
―현 정부가 개혁 때문에 민생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있다.
“개혁과 민생을 분리해서 볼 수는 없다. 다만 민생은 서민에게 밀접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 여당이 내놓은 감세(減稅)정책 등은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나마 누릴 수 있는 계층을 위한 특혜다.”
―경제 회생을 위한 해법은….
“우리 사회의 서민은 노동자,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일자리도 없고, 일을 해도 시간제로 하기 때문에 절대적 빈곤이 문제다. 상대적 빈곤이 아니다. 정부가 비정규직보호법 개악(改惡)법을 내놨는데 이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앞으로 파견직, 계약직으로 바꾸려는 법안이다. 하반기 투쟁사업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정부안 백지화 투쟁이 될 것이다.”
―비교섭단체로서 한계가 있을 텐데….
“국회의원 10명이라 힘으로는 열세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는 1500만명 노동자뿐 아니라 도시빈민 450만명, 농민 400만명 등 전체적으로 2000만명이 넘는 서민층 모두가 관련된 문제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의원들과 공조를 하겠지만 주체적인 세력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힘을 모아 정부를 압박하고 정치인을 압박하는 것이 관건이다.”
―노무현 정권의 개혁과 정체성을 어떻게 보는가.
“좌파든 우파든 중요한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꿔야 할 것은 확실히 바꾸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개혁 주도자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별로 개혁적이지 않은 것 같다. 국보법과 관련해서는 시원시원하게 말씀하셔서 박수를 쳤지만 한미, 한일관계라든지 통상, 무역 관계 등은 그렇지 않다. 개혁의지나 철학이 없이 변화무쌍해 혼란을 준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