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 하고 싶은데 하기는 싫고….’
이 같은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영남대 공대 이문호(李文鎬·50·재료공학부) 교수는 “있다”고 확신한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이 교수는 1981년 27세 때 영남대 공대 교수가 된 뒤 왕성한 연구를 하면서 국내외에서 모두 50여 가지의 특허를 따냈다.
그는 최근 공부를 잘하는 과학적인 방법을 정리한 ‘환경을 바꾸면 명문대가 보인다’는 책을 펴냈다. 지능지수(IQ)가 낮더라도 공부하기 좋은 환경,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공부방 등을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우선 학부모들은 자녀가 ‘공부의 맛’을 느끼고 있는지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일 책을 펴고 있지만 딴 생각을 하면서 시간만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
또 가장 효율적인 공부시간은 △공부 25∼22분 △휴식 10∼13분을 9회 반복하는 것이다. 공부하는 시간은 짧아지는 대신 휴식 시간은 조금씩 늘어나는 방식이다. 이 때 공부의 효율성은 60%로 최고치라는 것.
하지만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이 방법도 소용이 없다.
그는 학부모들에게 무엇보다 자녀가 공부하는 곳의 환경을 꼼꼼히 살펴보라고 충고한다. 정신 집중을 방해하는 것부터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 집중이 잘되는 공부방은 바깥 온도보다 1∼2도 가량 낮아야 한다. 이 때 쾌적함을 느끼면서 공부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 불쾌지수를 기준으로 하면 겨울에는 약간 시원한 느낌을 주는 55∼60, 여름에는 약간 높은 60∼65가 좋다고 한다.
전자파, 소음, 자기(磁氣) 등도 ‘좋은 공부방’의 적이기 때문에 컴퓨터나 TV 등 대부분의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막기 위해 공부방에는 전자제품을 켜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는 “‘좋은 공부공간’에 있으면 정신집중뿐 아니라 학생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중요한 뇌 호르몬인 ‘멜라토닌’도 잘 분비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해도 ‘딴 짓’을 하는 학생에게는 싫어하는 공부를 20∼30분 정도 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 등을 충분히 하도록 보상하는 것(프리맥 원리)도 요령이다.
이 방식을 자신의 자녀들에게 적용해 효과를 봤다는 이 교수는 “공부하라고 윽박지르기 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구나’라며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맹자의 어머니처럼 이사를 다니기보다는 현재 상태에서 환경을 점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