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감사용’
《올해 추석 극장가는 어느 해보다 뜨겁다. 간판스타들을 내세운 한국영화 세 편이 연휴를 앞두고 개봉된 가운데 중량급 할리우드 영화들도 잇따라 선보인다. 여기에 8월 말∼9월 초 개봉돼 여전히 강한 위력을 보이고 있는 ‘연인’ ‘가족’ ‘터미널’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가 변수다.》
▽한국영화 ‘빅3’=17일 개봉한 ‘귀신이 산다’와 ‘슈퍼스타 감사용’, 23일 개봉되는 ‘꽃피는 봄이 오면’이 삼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차승원 이범수 최민식이란 걸출한 배우들의 물러설 데 없는 승부다. 차승원은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의 잇따른 흥행성공에 이어 5연타석 홈런을 날릴지 여부가 관심사. 이범수는 ‘오! 브라더스’로 지난해 추석 극장가 왕좌(王座)에 오른 뒤 올해 다시 ‘추석의 패왕(覇王)’이 될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최민식은 ‘올드보이’의 섬뜩한 이미지를 벗고 부드러운 남자로의 변신 성공 여부가 관건이다.
‘귀신이 산다’는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를 연출한 김상진 감독의 코미디. 천신만고 끝에 자기 집을 장만한 청년과 그 집에 붙어사는 여자귀신(장서희)이 벌이는 좌충우돌 소유권 분쟁을 담았다. 손이 발이 되고, 수천마리의 닭떼가 집단공격을 감행하는 장면 등에 사용된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가 볼 만하다.
‘슈퍼스타 감사용’은 프로야구 초창기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 감사용을 모델로 해 ‘패자의 아름다운 삶’을 다뤘다. 이범수(감사용)와 김수미(어머니)의 진솔한 연기가 가슴을 울린다. ‘올드보이’에 출연했던 윤진서도 야구장 여직원으로 나와 감사용과 로맨스를 벌인다.
왼쪽부터 ‘캣우먼’ ‘꽃피는 봄이 오면’ ‘귀신이 산다’
‘꽃피는 봄이 오면’은 최민식의 내공을 실감할 수 있는 영화. 하류인생을 살던 트럼펫 연주자가 강원 삼척시 도계의 관악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스스로의 삶을 새삼 따뜻하게 가꾸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최민식이 ‘올드 랭 사인’ 등을 실제 트럼펫 연주로 들려준다.
▽할리우드 영화=‘명절의 왕자’ 청룽(成龍)이 주연한 ‘80일간의 세계일주’(17일 개봉)는 괴짜 발명가와 중국인 하인의 모험을 그린 영화. 1억1000만달러(약 1200억원)를 들여 세계 각지의 문물을 휘황찬란하게 담았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홍콩의 액션스타 훙진바오(洪金寶), ‘미저리’ 캐시 베이츠의 깜짝 출연도 볼거리.
‘캣우먼’(24일 개봉)은 소심한 여성이 억울하게 죽은 후 고양이의 신비로운 힘에 의해 부활해 복수한다는 내용. 악녀로 나오는 ‘원조 섹스심벌’ 샤론 스톤과 ‘검은 진주’ 핼리 베리(캣우먼)의 연기대결이 볼 만하다. 비키니 스타일의 농염한 캣우먼 패션과 민첩한 ‘고양이 액션’이 묘한 분위기를 낸다.
‘맨 온 파이어’(24일 개봉)는 보디가드와 소녀와의 우정과 희생을 담은 슬픈 결말의 영화. 죽은 소녀에 대한 보디가드의 복수극으로 접어드는 후반부는 잔혹하고 차가운 액션을 보여준다. 덴절 워싱턴의 연기력과 소녀 역을 맡은 다코타 패닝의 신비한 매력이 돋보인다. 토니 스콧 감독의 속도감 있는 편집과 세련된 화면처리가 볼 거리.
‘빌리지’(24일 개봉)는 ‘식스 센스’ ‘싸인’을 연출한 ‘반전의 귀재’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미스터리 공포영화. 격리돼 살아가는 한 마을에 얽힌 비밀을 다뤘다.
‘사랑과 영혼’의 제리 주커 감독이 연출한 ‘노브레인레이스’(24일 개봉)는 200만달러를 차지하려는 6명의 경쟁을 담은 로드무비 성격의 코미디. 우피 골드버그, 로완 앳킨슨(미스터 빈) 등 코미디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할리우드산은 아니지만, 예술성 짙은 외화에도 관심을 둘 만하다. 논쟁적인 프랑스 여성감독 카트린느 브레야의 ‘섹스 이즈 코메디’(16일 개봉)는 베드신을 거부하는 남녀 주인공을 설득하는 여성 영화감독의 모습을 통해 남녀 관계의 본질을 집어낸다.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나쁜 교육’(17일 개봉)은 신학교 학생이었던 열두 살 무렵 ‘금지된 장난’을 나눴던 친구와 16년 만에 재회한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담은 느와르 풍의 섹스 스릴러다.
▽꺼지지 않는 불꽃=10일 개봉된 중국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무협멜로 ‘연인’의 인기가 여전히 뜨겁다. 앞 못 보는 무희와 그를 사랑하는 두 남자가 벌이는 처절한 삼각관계를 그린 이 영화는 적어도 액션에 관한 한 장이머우의 작품 중 최고 수준의 비주얼을 보여준다. 청각을 섬세하게 자극하는 것도 독특한 매력.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연기한 장쯔이(章子怡)의 몸놀림이 우아하다.
수애와 주현이 출연한 ‘가족’(3일 개봉)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영화. 소매치기 조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딸과 자신을 희생해 딸을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끄집어내려는 아버지의 애절한 사랑을 담았다. 수애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눈빛 연기가 매력적. 주현의 깊은 연기력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에 이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행크스가 또다시 호흡을 맞춘 ‘터미널’(8월 27일 개봉)은 고국에 쿠데타가 일어나 여권 효력이 정지되면서 뉴욕 공항에 장기체류하게 된 남자의 인간승리를 담은 휴먼 코미디.
이 밖에 애틋한 부자의 정을 노골적인 코미디와 뒤섞은 ‘돈텔파파’는 지방을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