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추석은 택배업체들에도 연중 최대의 대목. 22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현대택배 구로터미널에서 직원들이 컨베이어 벨트로 내려오는 상자를 분류하고 있다. 현대택배는 이날 사상 최대인 36만 상자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종승기자
매캐한 매연과 함께 드나드는 트럭 120여대의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22일 오전 8시 서울 금천구 가산동 현대택배 구로터미널. 1500평 공간의 이 터미널은 전국에서 올라온 4만7000여개의 선물 상자로 빼곡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을 뻘뻘 흘리는 이두용 구로터미널 소장은 “올해는 하루 평균 4만2500상자로 지난해보다 20% 넘게 늘어난 물량을 처리하다 보니 숨쉴 틈도 없다”고 말했다.
추석을 맞아 전국의 택배 물량이 크게 늘고 있다. 현대택배는 연일 배송물량 신기록을 세우고 있으며 22일엔 36만상자를 돌파했다. 한진택배 CJ GLS 대한통운 등도 늘어난 물량에 배달사원을 보강하고 있다.
한산
추석연휴를 코앞에 둔 22일 한 백화점의 선물코너가 썰렁하다. 백화점측은 “고가보다는 저가 선물로 수요가 몰리면서 10만원 미만대의 선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대기자
하지만 백화점가는 상대적으로 썰렁하다. 많은 백화점들이 작년보다 추석 선물 매출이 줄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에도 경기가 나빴던 데다 추석이 9월 초로 빨랐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상황은 크게 나쁜 편.
추석 선물 경기가 이처럼 양분화되고 있는 이유는 선물의 개수는 늘어난 대신 불황의 영향으로 가격대는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공무원 사회와 기업들에 ‘선물 안주고 안받기’가 확산되면서 고가 선물 매출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도 큰 이유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수백만원대의 위스키나 골프채 등 ‘뇌물성 선물’에 대한 문의는 거의 끊겼다”고 전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식품관에서 만난 주부 김미라씨(32·서울 송파구 성내동)는 “작년에는 친척들 선물까지 챙겼으나 올해는 시부모님, 친정 부모님께만 선물을 드릴 예정”이라며 “갈비세트가 비싸 과일세트로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7만원대의 친환경 과일세트 매출이 작년보다 650%나 늘었고 굴비세트도 10만원짜리 알뜰 상품이 24% 늘었다. 기타 인기품목은 5만원대 멸치세트, 3만∼7만원대 김세트 등이다.
백화점마다 공통적으로 단체 선물보다는 개인 선물 매출이 늘어난 것도 총 매출이 떨어지는 이유다. 신세계 백화점은 “대량 주문 고객이 많이 줄어 작년보다 추석 선물 시즌이 긴 데도 매출이 별로 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할인점에서는 1만원 이하 초저가 선물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3000∼1만원 사이 양말 세트를 150만개 주문했는데 벌써 거의 다 팔렸다. 홈플러스도 작년에는 2만∼3만원대가 주력상품이었으나 올해는 1만∼1만5000원짜리가 그 자리를 메웠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