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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올림픽]두발 잃은 아프간 소녀 ‘감동의 꼴찌질주’

입력 | 2004-09-22 18:03:00


《어떤 장애도 희망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 개막 5일째를 맞은 2004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140개국에서 4000여명의 선수가 갖가지 신체적 장애를 지니고 출전했지만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만큼은 모두가 하나다. 절망을 뛰어넘으려는 장애인 선수들의 아름다운 도전. 그 불굴의 의지는 곧 빛나는 스포츠정신이다.》

14세 소녀가 전쟁으로 황폐해진 조국 아프가니스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21일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여자 100m 절단 및 기타 장애 예선 2조. 갓난아기 때 화재로 양 발을 잃은 아프가니스탄의 마리나 카림이 18초85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관중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성과 박수를 쏟아냈다.

꼴찌로 들어와 예선 통과에 실패했지만 140cm에 40kg도 안 되는 조그만 체구의 소녀가 의족을 하고 펼친 불굴의 질주는 감동적이었다. 세계 통신사들은 ‘카림이 참가했다는 그 자체가 바로 장애인의 승리’라고 전했다.

“내가 조국을 대표하다니…. 꿈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 희망이 찾아올 줄 알았어요.”

카림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처음으로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 여성. 선수단 최연소인 그는 탈레반 압제를 벗어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해방의 상징으로 지구촌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카림은 전쟁으로 갈기갈기 찢긴 카불의 허름한 집에서 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최근에야 글을 깨치고 공립학교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그의 꿈은 의사.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선 메달을 따고 싶어요. 열심히 훈련하고 공부하며 미래를 개척해야죠.”

카림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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