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철, 가지마.”
2002한일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인 수비왕 최진철(33·전북 현대·사진). 그는 지난달 2004아시안컵축구대회가 끝난 뒤 체력적인 부담 및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태극마크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그의 마음을 요하네스 본프레레 월드컵대표팀 감독(58)이 돌려놨다. 짧게는 내년 열리는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까지, 길게는 독일월드컵 본선까지 대표팀에서 더 뛰기로 했다.
“아시안컵대회가 끝난 뒤 대표선수 소집을 앞둔 지난달 31일 본프레레 감독이 직접 전화를 하셨어요. ‘지금 대표팀에는 자네 같은 노장선수가 꼭 필요하다. 아직은 어린 선수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느냐’고 하시더군요. 대표팀에서 저를 필요로 하는 한 계속 뛰기로 했습니다.”
선수 선발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본프레레 감독. 게다가 “대표팀을 신예로 물갈이 하겠다”고 선언했던 그가 최고참 중 한 명인 최진철을 붙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최진철은 서른셋이라는 나이에도 아직 전성기다. 그는 21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 치러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소속팀 전북과 알 아인의 경기에서 찰거머리 수비로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최진철은 팀이 대승한 뒤에도 “아랍 팀들과는 좋지 않은 기억이 많아 더 열심히 뛰었다. 수비수로서 한 골을 허용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2002월드컵에서 에마누엘 올리사데베(폴란드), 크리스티안 비에리(이탈리아),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 등 세계적인 공격수들과 싸웠던 경험과 불굴의 투혼, 듬직한 체격(187cm, 80kg)에 철저한 몸 관리로 아직도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그를 본프레레 감독이 보낼 리가 만무하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가 떠난 뒤 공백이 생긴 한국축구의 최후방 수비진. 그나마 최진철이 남아있기로 했다니 마음이 놓인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