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와 스타일의 한판 승부’로 알려진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가 30일 막을 올린다. 세 차례에 걸쳐 벌어질 토론회는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나약한 지도자상’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독단적이며 자질이 부족하다’는 이미지를 각각 벗어던질 수 있을까.
펜실베이니아대 캐서린 제미에슨 교수는 “토론회가 선거 결과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유권자들은 광고와 언론 등을 통해서만 접해온 후보들 간의 공방전을 보며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21일 과거 상대방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미 대선 후보 토론회 명장면을 소개했다.
▽장면 #1=1984년 민주당 월터 먼데일 후보가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의 나이(73세)를 문제 삼자 레이건 후보는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경쟁자의 젊음과 미숙함을 결코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먼데일 후보는 훗날 “그 순간 내가 졌음을 알았다”고 술회했다.
▽장면 #2=순간의 제스처나 표정도 유권자들의 날카로운 눈을 피해갈 수 없다. 1992년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맞붙었던 조지 부시 대통령은 토론회 도중 빨리 끝나기만을 바란다는 듯 손목시계를 하염없이 쳐다봤다. 이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는 바람에 유권자들로부터 결례가 아니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장면 #3=부통령들도 한 차례 토론을 벌인다. 1988년 당시 댄 퀘일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나의 정치적 경험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말하자 민주당 리오드 벤슨 후보가 반격을 벌였다. “퀘일 의원, 나는 케네디 전 대통령을 위해 일해 봤고, 그의 친구였고, 그를 잘 압니다. 단언컨대 당신은 케네디 전 대통령이 결코 아닙니다.” 공화당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날 퀘일 후보의 ‘망신’은 워싱턴 정가에서 오랜 기간 회자됐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