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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언론-정치인 접촉 신고제' 논란

입력 | 2004-09-23 16:56:00


국가정보원이 직원의 언론인 및 정치인 접촉 시 인적사항과 신상정보, 접촉 장소와 내용 등을 신고하도록 하는 '언론·정치인 접촉 신고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23일 국정원과 한나라당은 언론통제와 정치사찰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언론·정치인 접촉 신고제'란 국정원 직원이 언론사 기자 및 국회의원 및 보좌진, 정당 당직자 등을 만난 상세한 기록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국정원 통합전산망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지난해 11월부터 고영구(高泳耉) 원장의 지시사항 형식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

이를 두고 국정원이 관련 자료를 이용해 언론통제와 정치사찰을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직원이 신고한 언론인이나 정치인은 보안감찰 등을 이유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통화내역 등을 추적당하는 등 사생활을 침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올해 국정원은 외교통상부 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관련해 민감한 사안을 보도한 기자들의 통화내역을 조사한 적이 있다.

한나라당은 발끈했다. 임태희(任太熙)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반에 국정원 폐지 운운하면서 요란스럽게 개혁하는 듯 하더니, 이 모든 것이 위장이었나"라며 "노 정권이 아직도 국정원을 통해 정치인과 언론을 사찰 통제 장악하려 한다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임 대변인은 노 대통령에게 △국정원이 사찰해온 정치인과 인론인의 숫자 공개 △비축된 자료 폐기와 관계자 엄중 문책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국정원의 사찰업무 폐지를 촉구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 같은 제도가 시행중인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언론통제나 정치인 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통상적인 보안유지 업무일 뿐이라는 것.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직원이 언론인이나 정치인으로부터 국정원의 직무나 조직, 직원 등에 관한 사항 또는 국가기밀 등 보안사항을 질문 받았을 때 신고하는 제도"라며 "이는 국가의 중요 정보수집 업무를 담당하면서 엄정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국가정보기관의 특성상 국가기밀 보호와 내부 구성원의 보안의식 제고 및 보안누설 방지를 위해 시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은 이어 "외국의 선진 정보기관에서도 직원들의 국가기밀 유지와 보안의식 제고를 위해 유사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