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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프로축구선수 ‘한국귀화 3호’ 성남 일화 이사빅

입력 | 2004-09-23 18:34:00

한국인 이사빅 부부한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싸빅, 사냐 부부. 6월 법무부 귀화시험에 합격해 한국인이 된 싸빅의 한국 이름은 이사빅. 그와 부인 사냐는 “한국생활이 너무 좋다”며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의상협찬 박술녀 한복. 성남=신원건기자


“추석에는 어린아이부터 나이 많은 사람까지 예쁘게 옷을 입고 다들 모이잖아요. 정말 보기 좋아요.”

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크로아티아 출신 싸빅(31). 그는 6월 법무부 귀화시험에 합격해 신의손(FC 서울) 이성남(성남 일화)에 이어 국내 프로축구 선수 중 세 번째로 한국인이 됐다. 한국 이름은 이사빅. 에이전트(이반 스포츠 이영중 대표)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그의 성을 그대로 따랐다.

이번 추석은 그가 한국인이 되고 나서 처음 맞는 명절.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서 만난 그는 한복을 차려 입고 한껏 추석 기분을 냈다.

“크로아티아에도 추석 같은 명절이 있어요. ‘스비 스베티(svi sveti·11월 1일)’라고 하는데 한국처럼 온 가족이 모여 음식도 함께 만들고, 성묘도 합니다. 한국의 추석도 좋아요. 한복은 오늘 처음 입어봤지만….”

싸빅은 올해 1월 구단측이 마련해준 새 집에서 부인 사냐(27)와 함께 산다. 한국 생활이 올해로 7년째인 싸빅은 유창한 한국말로 부인을 소개했다.

“크로아티아에서부터 사귀었고 5년 전 한국에 와서 같이 살다가 올해 1월 크로아티아에서 결혼식을 올렸어요. 결혼이 왜 늦었냐고요? 제가 너무 바빴어요. 저는 프로축구 선수잖아요. 축구가 우선이니까요.”

사냐씨는 검은 머리칼, 검은 눈동자를 가진 미인. 크로아티아에서는 ‘톱 헤어스타일리스트’였다고. 지금 남편의 번개 맞은 듯한 헤어스타일도 그의 솜씨. 한국에서 전업 주부가 된 그는 한국 요리도 배워 종종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끓인다.

싸빅의 아버지 사미드(60)와 어머니 두브라브카(53)는 아들 부부와 석 달간 함께 지내다 지난주 귀국했다. 이들은 아들이 한국인이 되는 것을 적극 찬성했다고. 아버지 역시 한국을 무척 좋아해 이번 방문이 벌써 10번째.

추석 연휴에 맞춰 이번에는 사냐씨의 부모가 처음 한국을 방문할 예정. 사냐씨가 “고궁, 남산타워, 코엑스, 올림픽공원, 남대문시장, 민속촌…. 보여드리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고 하자 싸빅은 “특히 갈비는 꼭 먹어야 된다”며 갈비 예찬론을 폈다.

“7년 동안 저도 열심히 축구를 했지만 한국으로부터 받은 게 너무 많아요. 제가 번 돈으로 부모도, 형도 새로 집을 샀어요.”

싸빅은 앞으로 4∼5년간 더 선수 생활을 한 뒤 스포츠에이전트나 지도자를 할 계획. 1년간 독일 프로리그에서 뛰어 영어와 독일어가 유창한데 일본어도 배우고 싶단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뛰고 싶었지만 크로아티아에서 대표선수를 했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한국이 너무 좋아요. 한국 사람들도 좋고요. 다음에 꼭 다시 오세요. 와이프가 맛있는 것 만들어 줄 거예요.”

인터뷰가 끝난 뒤 집을 나서는 기자에게 그는 성남 일화 선수들의 사인이 들어있는 축구공과 일화 유니폼 모양이 달려있는 휴대전화 줄을 선물로 내밀었다. 그의 등 뒤로 거실 벽에 걸려있는 한국의 풍경사진이 보였다.

그만큼 싸빅, 아니 이사빅의 새 조국 사랑은 유별나다.

성남=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이사빅 누구▼

△소속 및 포지션:성남 일화 DF

△등번호:4

△생년월일:1973년 3월 29일

△체격:185cm, 80kg

△혈액형:O형

△100m 달리기:12초2

△주요 경력

―1995∼1996년 크로아티아

올림픽 대표

―1998∼2002년 포항 스틸러스

―2003년∼현재 성남 일화

―23일 현재 K리그 통산 8득점 4도움. 올 시즌 26경기 출전 2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