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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제 시행 첫날… 법원마다 민원인 북적

입력 | 2004-09-23 18:41:00

개인회생제 시행 첫날인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민원인들이 줄지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방문과 전화상담은 많았지만 실제 신청자는 극소수였다. 변영욱기자


《개인회생제 시행 첫날인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이른 아침부터 30여명의 민원인이 법원 업무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종일 민원인들이 이어졌지만 대부분 상담만 했고 서류를 접수시킨 사람은 극히 일부였다.》

이날 가장 먼저 법원에 도착한 개인회생 신청자는 40대 후반의 자영업자 김모씨. 오전 5시경에 도착한 그는 사업에 실패해 2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그는 “서류를 작성하느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지만 빚을 털어낼 수 있다는데 이 정도 수고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업무 시작을 기다렸다.

첫 신청자는 국영기업체 직원 30대 김모씨. 변호인을 통해 접수시켰기 때문에 직접 법원에 나타나지는 않았다. 가족 3명을 부양하는 김씨는 사업에 실패해 7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월급 186만원의 정기소득자인 그는 가족의 최저생계비 158만원을 제외한 28만원을 8년 동안 매달 정기적으로 빚을 갚는데 사용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김씨가 다음 달 초 회생위원(5급 사무관)과의 면담을 마치고 제도의 적용을 받는 것으로 결정되면 법원은 11월쯤 채무변제계획 개시를 결정하게 된다. 김씨는 이르면 5∼6개월 후부터 빚을 갚기 시작하게 된다.

신청서류 작성 방법과 회생 과정 등을 이해하느라 바쁜 민원인들과 달리 서초동의 파산전문 변호사들은 새로운 제도 시행에 잔뜩 기대를 거는 표정.

신청 업무를 대행한 김관기(金寬起) 변호사는 “일반인이 개인회생 관련 서류를 갖추는 데 대략 보름이 걸릴 정도로 서류 작성이 복잡하다”며 “전문 변호사가 준비하는 데도 사흘가량 걸린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개인회생제도는 극빈자들보다는 정기소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뜻밖의 사업실패 등으로 덩치 큰 채무가 생긴 경우에 주로 필요하다”라며 “의사나 약사 공무원 대기업 직원들도 상담 신청을 해 온다”고 밝혔다.

다른 파산사건 전문 변호사도 “개인회생제 시행이 서초동 변호사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나 마찬가지”라며 “상담이나 의뢰 건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파산부에는 오후 4시까지 7건의 개인회생 신청이 접수됐다. 전화상담은 451건, 방문상담은 273건이었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