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집 한 채를 장만하려면 한 가구가 연간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9년간 모아야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서초 강남 송파구 등 강남지역의 주택 구입비용은 한 가구의 12년치 소득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국민은행과 주택금융공사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엄호성(嚴虎聲·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가구당 연간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8.9로 나타났다.
PIR는 주택구입 가격을 가구의 연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주택구입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PIR가 8.9라면 한 가구가 약 8년 11개월의 소득을 모아야 집 한 채를 장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지역의 PIR는 2002년 2001년 7.5에서 2002년 6.44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다시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서초 강남 송파구 등 강남지역의 PIR는 2002년 6.7에서 지난해 12.3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강북지역(한강 이북)은 2002년 6.2에서 지난해 6.4로 나타나 강남지역에 비해 집값 상승 폭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엄 의원은 “선진국은 PIR가 3∼4 정도”라며 “안정적인 주택공급 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가 건설 산업 활성화와 투기 방지 사이의 합리적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평균 PIR는 2002년 5.47에서 지난해 6.2로 증가했다.
6대 광역시(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울산) PIR는 2002년 4.1에서 지난해 4.9로 증가했다. 5개 신도시(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도 같은 기간 4.6에서 5.9로 늘었다.
그러나 지방도시(경기 수원 용인 의정부시, 전북 전주시, 충북 청주시, 강원 원주시)의 가구당 연간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은 4.30에서 4.0으로 감소해 지방도시의 경우 가구당 소득 증가율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