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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인테리어]화려한 가구야? 재미난 친구야!

입력 | 2004-09-23 19:16:00

이탈리아의 건축가 겸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만든 외동아이를 위한 가구. 그는 장난감같이 재미있으면서도 실용적인 가구를 제작했다. -강병기기자


《“어린이에게 가구는 ‘장난감’과 같습니다.

어린이들이 보고 ‘와’ 하고 탄성을 지르며 좋아하게 할 뿐 아니라 창의성을 키워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겸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

그가 홈 인테리어 전문회사인 한샘이 주최한 ‘2004 DBEW(Design Beyond East&West) 국제 디자인 공모전’의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16일 방한했다.

이 공모전 주제는 ‘맞벌이 한 자녀 가정을 위한 디자인’.

2년 동안 중국의 한 자녀 가정을 위한 어린이 가구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그에게는 딱 맞는 주제였다.

‘1가구 1자녀 정책’을 펴 온 중국에는 ‘금쪽같은’ 외동아이를 가리키는 ‘소황제’라는 말까지 생겼다.

게다가 맞벌이로 구매력을 갖춘 부모들의 관심도 높아져 그만큼 어린이 가구 시장도 크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도 마찬가지.

그가 제안하는 ‘외동왕자, 공주’방을 위한 가구 꾸미기.》

○ 친구같이 ‘재미있는’ 가구

외동아이는 보통 주변의 기대에 자극받아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 하지만 신체활동을 기피하며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외로움을 타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멘디니씨는 ‘외동 왕자 공주’들이 ‘보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장난감 같은 가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컴퓨터, 책, 장난감 등 개인 물건이 많은 외동아이들을 위해 충분한 수납공간을 확보해 ‘방 하나’라는 좁은 곳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어린이의 인성과 창의력에 도움을 주는 밝은 색상과 다양한 무늬들을 많이 사용하고 급격한 체형 변화에 맞춰 길이와 크기를 계속 조정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면도 배려해야 한다는 것.

○ ‘깜찍한’ 실용성

서울 종로구 원서동의 ‘한샘 DBEW 디자인센터’ 박물관에 전시된 그의 작품을 둘러봤다. 이는 그가 한샘 측 의뢰를 받아 이번에 특별히 제작한 어린이 가구다. 판매용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어린이 가구 디자인을 엿보게 하는 것이다.

파랑, 분홍의 알록달록한 침대와 책상 옷장이 한 세트로 구성돼 있다.

이층침대가 아닌데도 침대 아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침대가 매우 높게 설치되기 때문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마치 다락방과 같은 느낌이다.

책상을 침대 아래 공간에 넣을 수도 있고 따로 놓을 수도 있다. 침대 아래에는 탈부착이 가능한 선반도 있다.

침대의 머리맡과 발치에는 마치 집의 지붕 같은 삼각형 모양이 세워져 있다.

멘디니씨는 “어린이에게 자기만의 집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옷장 문이 색상이 있는 반투명으로 처리된 것도 특징이다. 밖에서 볼 때 무슨 물건이 들었는지 금방 찾을 수 있고 지저분하면 금방 티가 나서 어린이들로 하여금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옷장 안의 선반도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또 옷장의 뒷면까지 색상을 넣어 뒷면이 꼭 벽 쪽으로 향하지 않아도 되도록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

앙증맞은 의자는 높이뿐 아니라 등판과 엉덩이가 닿는 좌판의 크기도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형광 분홍빛 귀여운 쿠션은 연결해서 매트처럼 쓸 수도 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네오모던 스타일 추구 디자이너▼

멘디니씨는 1931년 이탈리아 밀라노 출생. 디자인의 전 분야를 넘나들며 네오모던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스와치시계의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했는가 하면 알레시(주방용품), 필립스(가전), 스와로브스키(크리스털) 등 세계적인 기업과도 함께 일했다.

네덜란드의 그로닝겐박물관, 스위스의 아로사 카지노, 일본 히로시마 항구의 기념탑 등 대규모 프로젝트도 진행했지만 작은 귀고리나 여성의 가방, 주방용품까지 작은 소품 디자인도 좋아한다.

국내에서는 2년 전 그가 디자인한 커피포트 세트가 한 백화점에서 5700만원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커피포트가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물으니 그는 “가격은 내가 정한 게 아니다”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