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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패션]2005년 봄, 여름 뉴욕 컬렉션

입력 | 2004-09-23 19:16:00


《“지난 시즌 몸에 꼭 끼는 옷의 유행 때문에 힘겹게 피트니스 센터에 다녀야 했던 여성들은 이제 마음껏 디저트를 즐겨도 좋다.”

8일부터 15일까지 미국 뉴욕 맨해튼의 브라이언트 파크를 중심으로 열린 ‘2005년 봄, 여름 뉴욕 컬렉션’을 정리하면서 뉴욕 타임스는 16일 이렇게 보도했다.

뉴욕 컬렉션에 나타난 내년 트렌드는 크게 정제된 레이디룩과 에스닉 보헤미안룩으로 나뉜다.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작 포젠 등은 실크와 시폰 등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소재를 사용해 흐르는 듯 여유롭고 풍성한 실루엣을 만들었다.

반면 안나 수이는 화려한 자수와 비즈 장식 블라우스에 웨스턴 카우보이 부츠와 데님 재킷을 매치해 빈티지 감성을 표현했다.

한편 컬러정보업체 판톤은 이번 컬렉션의 색채 경향을 ‘뉴 보헤미안’으로 집약한다.

장 토이, 마이클 코스 등의 런웨이에는 이국적인 지중해 풍경을 옮겨온 듯한 터키색, 산호색, 조개색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 정제된 레이디룩

뉴욕 컬렉션의 마지막 날인 15일 랄프 로렌 패션쇼.

노장 디자이너 랄프 로렌은 자신의 백발 머리와 느낌이 닮은 비둘기색 슈트 왼쪽 포켓에 파란색 행커치프를 꽂고 천천히 런웨이를 걸어 나왔다. 각국에서 모인 기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모던하면서도 럭셔리한 193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랄프 로렌)

진주 빛 실크 오간자 드레스와 소매가 짧은 앙고라 스웨터를 입은 모델들은 반짝이는 은색 구두와 크리스털이 박힌 새틴 클러치백으로 고급스러운 품격을 드러냈다.

랄프 로렌은 발목이 드러나는 경쾌한 크롭트 팬츠, 메탈릭 소재의 벨트, 화이트 데님 진 등으로 옛날 영화 느낌에 현대적 터치를 가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크 제이콥스의 디자인 디렉터 출신 리처드 최는 짧은 민트 그린색 실크 재킷, 엉덩이를 부풀린 튤립 모양의 새틴 미니스커트로 정제된 레이디룩의 진수를 보였다.

마크 제이콥스와 라코스테도 진분홍, 살구, 노랑 등 물감 팔레트를 연상시키는 밝고 화사한 색상으로 여성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전형적인 런웨이 형태를 탈피해 파티 형식으로 열린 캐서린 말란드리노의 쇼는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치마폭을 풍성하게 부풀린 자카드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은 칵테일을 마시며 관람객들과 편한 대화를 나눴다.

터키색과 주황색 저지 드레스로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실루엣을 만든 캘빈 클라인, 시폰을 여러 장 겹친 뒤 비즈를 화려하게 장식한 오스카 드 라 렌타 등 고급스러운 여성미를 추구하는 디자이너들의 경연은 컬렉션 기간 내내 이어졌다.

○ 에스닉 보헤미안룩

반짝이는 비즈, 열대 지방의 조개껍데기, 새 깃털, 하와이안 꽃무늬 프린트….

고대 이집트,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 영감을 얻은 에스닉 무드의 장식물은 과격하지 않게 여성스러움을 드러내며 이번 뉴욕 컬렉션의 주요한 트렌드를 이끌었다.

빨간색과 파란색 보석을 박은 웨스턴 카우보이 부츠와 모자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안나 수이를 비롯해 프로엔자 슐러와 더렉 램은 야자수 무늬를 셔츠와 치마에 풍경화처럼 담았다.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는 사파리 셔츠와 집시풍 스커트로 제트족(제트기로 유람 다니는 부유층)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일간지 뉴욕 선은 15일자에서 BCBG 막스 아즈리아의 쇼를 ‘로맨틱 히피’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평민적이고 소박한 우아함(folksy, homespun elegance)’이라는 것이다. 올이 굵은 삼베 재킷과 자수가 놓인 무릎 길이의 면 드레스 등이다.

패션에 관심이 높은 뉴욕 다운타운 여성들은 컬렉션이 끝나자마자 놀리타와 로우어 이스트사이드 지역의 빈티지숍을 뒤지며 카우보이 부츠와 빈티지 액세서리를 구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엠파이어 라인(가슴 바로 아래 장식띠를 맨 하이웨이스트라인) 원피스, 리본 디테일, 뷔스티에(가슴에 브래지어처럼 컵이 달린 톱), 반짝이는 메탈 소재 가방과 구두의 유행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제프리 초우, 매튜 윌리엄슨 등의 단골 아이템이었다.

약한 웨이브가 들어간 머리카락을 휘날리듯 늘어뜨리거나 부스스하게 묶은 헤어스타일은 에스닉 보헤미안룩의 마무리 포인트였다.


뉴욕=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뉴욕 맨해튼 스트리트의 판초를 입은 여성.

▼지금 뉴욕거리에선… 판초숄-바키아가방 물결▼

미국 뉴욕 다운타운의 스트리트 패션은 패션 참고서와 다름없다.

개성 있는 패션 멀티숍과 빈티지숍이 밀집한 첼시, 소호, 놀리타 지역에는 예술적 성향이 강한 ‘다운타운 걸’들이 다양한 가격과 성격의 아이템을 섞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한다. 최근 뉴욕 다운타운 멋쟁이들의 인기 패션 아이템을 정리한다.


○ 바키아 가방

현재 뉴욕 패션 리더의 필수 아이템은 ‘바키아(Botkier)’ 브랜드 가방이다.

가죽을 워싱 처리해 부드럽고 가벼울 뿐더러 수납공간이 충분하다. 카키빛이 도는 금색, 펄이 많이 들어간 터키색 등 반짝이는 색상이 특히 인기 있다.

패션 피플이 열광하는 ‘발렌시아가’ 가방과 디자인이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절반에 못 미치는 500달러 수준.


○ 매직 샌들

올여름 뉴욕 다운타운 스트리트를 강타한 신발은 굽 없이 납작한 5달러짜리 여성용 슬리퍼. 워낙 인기가 높아 ‘매직 샌들’이라는 애칭을 얻었을 정도이다.

그물 망사로 처리된 둥그런 신발 앞코에는 비즈가 달린 꽃무늬 장식이 붙어 있다. 주황색, 연두색, 빨간색 등 다양하지만 뉴욕 토박이들은 검은색을 가장 즐겨 신는다.


○ 판초숄과 클러치백

가을로 접어들면서 뉴욕 스트리트는 온통 판초숄 물결이다. 덮어 쓰는 망토 형태로 반짝이가 섞인 나일론 소재부터 올이 굵고 성긴 모직 소재까지 다양하다.

팔 부분이 따로 없는 판초숄에 잘 어울리는 가방은 끈 없이 손에 드는 클러치백. 스웨이드나 벨벳 소재의 큼지막한 복고풍 클러치백을 구하기 위해 빈티지숍을 찾는 사람이 많다.


○ 슬로건 티셔츠

‘예수는 내 친구(Jesus is my homeboy)’, ‘마리아는 내 친구(Mary is my homegirl)’라는 로고가 쓰인 종교색 물씬한 팝 컬처 슬로건 티셔츠가 인기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이 옷을 제작한 ‘틴에이저 밀리어네어’ 회사는 “우리는 21세기 팝 아이콘을 찾았는데, 그중 예수가 가장 상위에 랭크돼 있다”고 밝힌다.


뉴욕=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