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욱기자 cut@donga.com
“눈물로 기다리시는 여든 살 노모에게 빨리 달려가 남은 효도를 다하고 싶습니다.”
탈북자를 돕다 2002년 4월에 중국 공안당국에 검거된 뒤 최장수 복역생활을 하다 17일 가석방된 최봉일 목사(56)가 26일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날 중국 옌지(延吉)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최 목사는 2년5개월의 옥고를 치렀지만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운동화에 캐주얼 복장 차림의 최 목사는 “수감 당시 고혈압으로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출감한다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는 말끔히 나은 것 같았다”며 “편안한 마음으로 복역을 하면서 믿음으로 고생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검거된 지 2개월 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슴이 아팠다”며 “전남 신안군 고향땅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에게 빨리 달려가 중국에서 가져온 차와 월병을 드리려한다”고 울먹였다.
최 목사는 1996년부터 국내 교회의 지원을 받아 중국 옌볜 일대에서 선교사로 활동해 왔으며 ‘탈북자들의 대부’라고 불릴 정도로 이들의 한국행을 적극 도왔다.
그러나 2002년 4월 14일 탈북자들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제3국 등으로 도피하도록 도운 혐의로 체포돼 ‘불법밀입국조직죄’로 2년6개월 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만기출소를 한 달 앞둔 17일 가석방됐다.
그는 “앞으로 탈북자들을 더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평화통일에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천공항에는 최 목사의 부인 오갑순씨(49)와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시민연대 사무총장, 그리고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자 등 20여명이 나와 최 목사를 반겼다.
도 사무총장은 “정부는 현재 중국에서 수감 중인 최영훈씨 등 다른 탈북지원 활동가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서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