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둔 24일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시장 상인들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추석 체감경기를 점검하기 위해 이날 오전 남대문시장을 찾은 천 대표는 상인들로부터 '환영'은 커녕 등 뒤에서 막말까지 들어야 했다.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재래시장육성특별법 제정이 열린우리당의 노력 덕분이었다는 홍보는 입 밖으로 꺼내기조차 어려웠다.
대부분 상인들은 "시장 골목에는 왜 나왔느냐"며 천 대표의 상가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일부 상인들은 천 대표가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등 뒤에서 "소금이나 뿌려라"며 막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천 대표가 한 액세서리 가게에서 물건을 사려고 하자 옆에 있던 한 여성 상인은 "돈 많은 양반들, 금배지 두른 양반들 왔으니 바가지나 씌워"라고 비아냥거렸다.
상인들은 또 상가를 둘러보는 천 대표를 향해 "장사도 안되는데 뭣하러 왔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 상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선 '먹고 살게 해달라'는 상인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의류업을 하는 상인대표 송득두씨(61)는 "경제가 안좋아 상인들이 아우성이고 민심도 바닥"이라며 "과거사 청산도 좋지만 서민경제를 적극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초반 여성은 "힘들어 죽겠으니 국회에서 제발 싸우지만 말고 우리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천 대표가 시장을 돌아다니는 동안 상인들은 취재기자들에게 하소연을 늘어놨다. 30대 중반의 한 여성은 "정치가 바로 돼야 시장 사람들도 잘되는데 정부가 너무 어수선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40대 후반의 한 여성 상인도 "올해는 추석대목이 완전히 없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천 대표와 함께 시장을 방문한 한 당직자는 "경기가 안좋아 쓴소리가 나올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예상치 못했다"고 당황해했다.
이날 천 대표의 남대문 시장 방문에는 이종걸(李鍾杰) 안병엽(安炳燁) 박영선(朴映宣) 오영식(吳泳食) 최철국(崔喆國) 김태홍(金泰弘) 의원 등이 동행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