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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언론·정치 풍속사’… 술로 빚은 언론-정치인생

입력 | 2004-09-24 16:14:00


◇언론·정치 풍속사/남재희/314쪽 1만2000원 민음사

책 제목과 부제 ‘나의 문주(文酒) 40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20년을 언론계에, 또 20년을 정계에 몸담았던 저자가 대폿집부터 고급 살롱까지 수많은 술자리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이 담겨 있다.

책머리에 “술 마신 이야기라 책으로 내는 게 주저되었다”고 적고 있지만, 저자가 스스로를 격려했듯 “술 마시는 것도 문화다”. 이 책을 보면 한 시대의 풍속과 함께 사회 분위기도 읽어 낼 수 있다.

소변을 보면서 소원을 물어보던 박정희 전 대통령, 맥주잔에 양주를 가득 채우고 술내기를 하던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술좌석을 즐겁게 하는 ‘에로 판소리’에 능했던 김상현 전 의원 등의 일화가 소개됐다.

저자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술자리에서 간청해 투옥된 김지하 시인이 풀려났던 비화까지 70여 편에 가까운 에피소드들이 수록돼 있다.

또 홀로 대폿집을 찾아 노래를 부르고 가곤 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이야기, 난폭하기로 소문난 모 국회의원과 동행한 저자에게 “술 마실 사람이 없어 저런 분과 함께 왔느냐”고 말했던 전설적인 여걸 살롱 마담에 대한 회고도 나온다.

볼보자동차를 타고 코냑을 즐겨 마시며 사치를 했던 소설가 이병주씨와는 책에서 ‘잡놈’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스스럼없던 사이.

저자는 1958년 한국일보 기자로 시작해 조선일보 논설위원, 서울신문 편집국장과 주필 등을 지냈다. 1979년 10대 국회 때 국회의원에 당선돼 13대까지 4선 의원으로 활동했으며 노동부 장관을 거쳐 현재 정부 통일고문회의의 고문이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