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이혜영 글 조광현 그림/160쪽 1만1500원 사계절(초등 3년 이상)
한국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큰 갯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갯벌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시화호와 새만금 개발이 논란의 초점이 되면서 갯벌보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갯벌보전에 관한 논리로 ‘환경보호’라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갯벌에 대해 무지한 탓이다.
이 책은 기존 갯벌 관련 어린이 책처럼 갯벌에 사는 생물을 소개하는 도감류는 아니다. 저자는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한 뒤 녹색연합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기자로 일한 경험을 이 책에 녹여냈다. 여기에 꼼꼼한 취재와 지구과학 생물학 역사문화사적인 연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재미와 정보를 보탰다.
화가 조광현씨도 18개월간의 취재를 토대로 그림을 그렸다. 갯가에 나가 직접 보고 스케치하고 노량진 수산시장을 수없이 드나들고 확인하면서 74종의 생물그림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사람들은 갯벌을 ‘생명의 자궁’이라고 말한다. 지구가 사람을 비롯한 수많은 동물과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보살피는 어머니라면 갯벌은 지구의 아기주머니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선 갯벌의 역사를 살핀다. 서해안에 처음부터 갯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1만5000년에서 1만8000년 전의 마지막 빙하기에 서해안 대륙붕의 해수면은 지금보다 약 130m나 아래였다. 그 후 해수면은 빠르게 상승했으며 약 8000년 전부터는 느리게 상승하였거나 지금과 거의 비슷한 상태에서 아주 조금씩 오르락내리락하는 정도였다.
서해안 갯벌은 이렇게 해수면이 안정된 8000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8000년 동안 바다는 하루도 쉬지 않고 밀려왔다 밀려가며 개흙을 실어 올려 지금의 갯벌을 만든 셈이다.
강화도 인천 대부도 제부도 가로림만 천수만 새만금 등 아름다운 서해안과 아기자기한 남해안의 갯벌을 훑어 내려가던 저자는 잠시 멈춰 갯벌생물들의 생활을 살핀다. 그리고 오물조물 갯벌생물의 삶 자체가 오염물질을 정화시키는 힘이라는 것을 일러준다.
수많은 갯지렁이가 꿈틀꿈틀 기어다니며 갯벌을 파헤쳐 땅속에 산소를 공급해준다든지, 박테리아가 유기물을 분해해 펄을 정화하는 모습은 무척 신기하다. 새만금 갯벌만 해도 하루 10만t의 물을 정화하는 하수처리장 40개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이 만든 오염물질을 깨끗하게 정화시켜 주는 것 외에도 갯벌은 사람들에게 풍부한 먹을거리를 주었다. 광복되던 해 큰 흉년이 들었는데 그해에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준 개량조개가 ‘해방조개’로 불린다는 얘기도 재미있다.
저자는 갯벌과 함께 수많은 생물이 사라져 버린 시화호의 비극을 보면서 ‘갯벌과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하라고 권한다. 물론 환경론자의 입장에서 쓴 글이어서 개발의 논리를 충분히 다뤄주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쨌든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갯벌교육 교재나 자료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알찬 안내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갯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그건 바로 생명을 일궈내는 일이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