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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安시장, ‘굴비상자의 진실’ 말해야

입력 | 2004-09-24 17:10:00


안상수 인천시장이 여동생 집에 배달됐다면서 현금 2억원이 든 굴비상자를 시청 클린센터에 자진 신고했을 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시일이 흘러 진상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굴비상자에서 상한 냄새가 나고 있다.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건설업자가 경찰에서 한 진술은 그동안 안 시장이 해명한 내용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안 시장은 건설업자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가 동네 카페에서 단 둘이 두 차례 만난 사실을 뒤늦게 시인했다. 여동생 집에 돈을 전달한 시점도 4일 차이가 난다. 8월 28일 굴비상자를 받고 안 시장이 중국 출장(27∼29일)에서 돌아온 30일 시청 클린센터에 신고한 것이 아니라 건설업자 진술대로 24일 전달한 것이라면 일단 뇌물 수령의사가 있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2억원이 든 굴비상자 두 개를 낯선 사람이 그냥 놓고 갔다’는 말도 상식에 비추어 믿기 어렵다. 건설업자는 경찰에서 안 시장과 세 번째 만났을 때 조만간 금품을 건네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지 않은가. 안 시장이 자신과 여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클린센터를 이용해 굴비상자 뇌물을 ‘미담’으로 포장하려 했다는 의혹마저 생긴다.

안 시장이 처음부터 솔직하게 진상을 털어놓았더라면 이런 곤욕을 치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이 “자진 신고한 미담 사례를 정부 여당이 죽이려 든다”고 공격하고 나서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경찰이 일단 수사를 시작한 이상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안 시장과 건설업자의 말에 차이가 나는 마당에 수사를 중단하고 덮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안 시장은 이제라도 ‘굴비상자의 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