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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윤덕민]日은 安保理로 치닫는데…

입력 | 2004-09-24 17:15:00


최근 일본의 변화는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전적으로 수비만 한다던 ‘전수방위’의 나라에서 어느덧 선제공격론이 나오고 특수부대가 창설되려 한다. 이라크 사막에는 중무장한 자위대가 파병돼 있다. 전후 처음으로 자위대가 전투지역에 파병된 것이다. 마지막 보루라고 여겨지던 평화헌법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 이제 ‘보통국가 일본’에 남은 일은 자위대가 실제 총을 쏘는 일뿐이라고 본다. 이것도 머지않은 장래에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은 ‘보통국가 일본’의 완성을 의미한다.

▼딴죽 걸기보단 당당한 대응을▼

국제분쟁 해결에 있어 총을 쏘지 못한다면 막중한 국제적 책임과 권리를 갖는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이 없다. 보통국가가 아니면 상임이사국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의 상임이사국화는 전쟁의 쓰라린 경험에서 총을 쏘기를 꺼리는 일반 일본 국민의 생각을 돌릴 수 있는 너무나 좋은 명분이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딴죽을 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유엔 창설 60주년에 즈음하여 상임이사국을 늘리자는 개편안이 논의되고 있다. 유엔 회원국은 창설 때보다 4배가 늘어 191개국이나 되지만 상임이사국 수는 여전히 5개국이다. 일본뿐 아니다. 독일 인도 브라질도 나서고 있고 그들의 라이벌인 이탈리아 파키스탄 멕시코 아르헨티나도 덩달아 나선다. 아프리카의 큰 국가들도 들끓고 있다. 후보 자격에 대한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과거사를 직시하지 않는 나라가 어떻게 상임이사국이 될 수 있겠느냐’고 일본에 직격탄을 날렸다. 새로운 상임이사국에는 거부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논란도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어차피 우리가 나선다고 해서 되고 안 되는 것이 아니다. 반미감정으로 미국과, 고구려사로 중국과 관계가 서먹해진 이때 상임이사국화에 딴죽을 걸어 일본에까지 굳이 원망을 살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격려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러나 다음 세 가지는 분명히 하자.

첫째, 이웃으로서 일본에 대한 충고이다.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된다면 그것은 아시아 대표 자격이다. 일본의 상임이사국화는 아시아 이웃들의 기대와 축복 속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국주의의 쓰라린 경험을 기억하는 이웃들은 솔직히 일본의 급속한 변화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60년 가까이 이웃나라들은 평화 국가 일본에 익숙해져 있다. 평화헌법과 전수방위는 안심과 설득의 재료였다. 이제 일본은 이 기준들을 버리려 하면서 급속한 군사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총리가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신사참배를 고집한다면, 이웃의 불안감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상임이사국 진출이 아시아 이웃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가는 전적으로 일본의 태도에 달려 있다.

둘째, 거부권을 갖는 상임이사국이 늘어나는 것은 안 된다. 일본 때문이 아니다. 다섯 나라의 거부권만 해도 문제인데, 이것이 더 는다는 것은 유엔의 무력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옛 유고연방에서 수십만명의 민간인들이 학살되고 있을 때 한 나라의 거부권으로 유엔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차제에 기존 거부권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자.

▼우리도 상임이사국 겨냥할 때▼

셋째, 남을 막지 말고 우리도 같이 하자.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착실한 외교 노력을 본받고 도움도 받자. 어중이떠중이 모두 상임이사국 한다고 하는데, 왜 우리는 조용한가. 비전을 갖자. 상임이사국을 10∼13개국으로 늘린다고 한다.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갖는 나라가 안보리 확대 논의에 도전장을 내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다. 김선일씨 사건으로 초상집이 되어버린 우리의 외교에 활로를 열어 보자.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