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련 부처는 시안화나트륨의 북한 반입이 가져올 외교적 군사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외교통상부는 우라늄 분리 및 플루토늄 추출 실험 파문에 이어 이번 시안화나트륨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그동안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의 모범국가’로 평가 받아온 한국의 이미지가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한 관계자는 “호주그룹 같은 전략물자 수출통제체제는 고급 정보가 오고가기 때문에 아무 국가나 가입할 수 없고, 국제적 신뢰가 쌓인 선진 국가만 참여할 수 있다”며 “한국의 신뢰도 하락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그러나 ‘이번 시안화나트륨 건이 6월 호주그룹에 보고됐는데 그동안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오해에서 빚어진 착오”라고 일축했다.
외교부가 6월 총회에서 보고한 것은 ‘5월 북한의 한 무역회사가 태국에 수출된 한국산 시안화나트륨을 대량 수입하려다 수사 당국의 적발로 저지된 성공 사례’이지 이번 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교부는 지난해 호주그룹 내 별도의 정보채널을 통해 이번 사안을 회원국들에 통보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들은 “중국을 통해 북한에 수출된 시안화나트륨이 화학무기 제조에 쓰였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이 시안화나트륨을 군사적으로 사용해 만들 수 있는 독가스 형태의 화학무기는 타분(tabun) 가스. 당초 일부 언론에서 거론했던 사린가스는 불화소다(NaF) 삼염화인(PCl3) 이소프로필알코올(C3H7OH) 등을 주원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안화나트륨과 연관성이 없다.
국방과학연구원의 화생방 담당 관계자는 “타분 가스 원료 중 시안화수소가 들어가지만 시안화수소가 타분 가스의 주원료는 아니다”라며 “특히 타분의 독성이 낮아 치명도가 떨어지는 만큼 화학무기 생산에 전용될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가진 화학무기 중 타분 가스가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