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은 사회복지, 국방, 통일외교 분야 예산의 높은 증가율이 눈에 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7% 증가하는 데 그쳤고, 산업 및 중소기업 지원 분야는 오히려 올해보다 줄었다. 성장잠재력 확충보다는 분배에 치중했다는 평가를 받는 내년 예산안의 분야별 배분 현황을 알아본다. 》
▼복지▼
사회복지 예산은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분야다. 지난해보다 14.4% 증가하면서 37조134억원을 기록했다.
기획예산처는 “연금제도가 확대되고 경기침체로 실업급여와 연금 등 사회보험 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회복지 예산에서는 그동안 빈곤계층인데도 불구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 지원을 받지 못했던 계층을 지원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눈에 띈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통해 기초생활보장 대상자가 현재 140만명에서 146만6000명으로 늘어난다.
또 입양아동과 차상위계층(수입이 최저생계비를 간신히 넘는 계층) 아동에 대한 의료급여가 확대된다.
이에 따라 18세 미만 입양아동 6810명에 대한 의료급여에 34억원의 예산이, 11세 미만 차상위계층 아동 17만3000명에 대한 의료급여에 373억원의 예산이 각각 신규 배정됐다.
의료급여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등 저소득층에 국고로 의료비 지원을 해주는 제도다.
또 올해까지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중 중증장애인만 장애수당을 받았으나 저소득 장애인의 생활안정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분류되는 장애인 27만6000명 모두에게 장애 정도에 따라 월 2만∼6만원의 장애수당이 지급된다.
노인일자리 지원사업이 올해 2만5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확대된다. 공적 노인요양보장제도가 시범 실시되며, 5개의 농어촌 복합노인시설을 신축한다.
또 암 무료검진 대상이 건강보험 가입자 하위 30% 계층에서 하위 50% 계층으로까지 확대된다. 이 밖에 지역 암센터와 노인전문병원을 신규로 짓는다.
▼국방▼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9.9% 늘어난 20조8226억원이다. 이 중 전력투자비는 12.6% 증가한 7조851억원, 경상운영비는 8.6% 늘어난 13조7375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금년 2.79%에서 2.85%로 높아진다.
올해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예산 1000억원을 처음으로 배정했다. 장기적으로는 최대 4조원의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2006년에는 주한미군기지이전특별회계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라크 추가 파병에 따른 지원예산으로 1609억원을 책정했다.
또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 경비책임, 해상침투 특수부대 저지 등 주한미군의 10개 특정임무를 한국군이 넘겨받는 데 필요한 전력 확보를 위해 186억원을 새로 편성했다.
전술지휘자동화체계(C4I) 보강과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 확보를 위해 10억원을 책정하고 서부지역 전자전장비, 해병대 상륙작전용 신형 비치매트, 공지통신무전기 등 5개 사업에 81억원을 편성했다.
월평균 3만5000원 수준인 병사 봉급을 2006년까지 8만원대로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우선 2005년에 4만5000원으로 1만원 올린다. 전투화 팬티 러닝 등의 품질도 대폭 개선된다.
▼교육▼
내년부터 한 집에서 두 자녀 이상이 동시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면 둘째 아이부터 3만∼6만원을 지원받는 등 정부의 유아교육비 지원이 크게 늘어난다.
여성부와 교육부의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영유아 보육예산이 올해보다 50.1% 증가한 6077억원, 교육부의 유아 교육예산이 152% 늘어난 871억원으로 각각 증가한다.
여성부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0∼5세 유아를, 교육부는 유치원의 3∼5세 어린이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내년 정부의 보육비 지원을 받는 아동은 올해 33만5000명에서 52만9000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내년부터 두 자녀 이상이 보육시설을 이용할 경우 부모 소득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이하(지난해 4인기준 한달 평균소득 317만4000원)일 때 둘째 아이부터 보육료 일부를 국가에서 받게 된다.
1세 이하 유아에게는 월 6만원, 2세 이하는 5만원, 3∼5세는 월 3만원을 보조한다.
이로 인해 약 47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또 만 0∼4세 저소득층 아동 지원대상을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50% 가구에서 60%로 확대하고 지원비율도 늘린다.
보육료 전액을 주는 만 5세 아동 지원대상도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60%에서 내년 80%로 높인다.
▼SOC▼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도로투자가 줄면서 올해보다 약간 증가한 27조5265억원 수준으로 유지된다.
정부는 앞으로도 도로의 투자비중을 축소하고 지하철, 항만 비중을 확대해 투자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부문별로 전체 SOC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도로가 48.2%→44.7%, 지하철 5.2%→7.3%, 항만 9.9%→10.3% 등으로 조정된다.
도로는 신규사업을 최소화하고 이미 추진되고 있는 사업을 완공하는 데 역점을 둔다. 지하철의 경우 건설비 국고지원 비율이 50%에서 60%로 인상되고 부산신항과 광양항 등 신항만 중심으로 1000억원의 투자비가 추가된다.
인천국제공항에 대한 투자가 2273억원으로 올해보다 1000억원가량 늘어난다. 반면 지방공항 투자 규모는 1226억원으로 500억원가량 줄어든다.
한편 사업계획이 확정된 국책사업 11개 중 내년 예산에는 31조원이 반영된다. 이 같은 규모는 올해에 비해 12.8%가 늘어난 것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따른 기초 조사비용도 일부 반영된다.
▼농어촌▼
내년 농어촌 예산은 농산물 추가 개방을 앞둔 농촌과 농업 분야에 대한 지원에 집중된다.
우선 앞으로 10년간 119조원의 투·융자 재정 가운데 8조7000억원이 내년에 집행된다. 이는 올해 관련 예산(7조9000억원)보다 8000억원가량 증액된 것이다.
농협을 통해 지원되는 1조원을 포함할 때 내년에 농산물 추가개방과 관련된 농어촌 지원사업비는 9조7000억원(기금 제외)에 이른다.
농어민에 대한 건강보험료 경감률도 현행 30%에서 40%로 높아진다. 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 주기 위해 농작물 국가재보험기금이 300억원 규모로 신규 조성된다.
또 경관보전직불제 도입 등 농어가에 지원되는 직불금 성격의 예산도 올해 7779억원에서 8478억원으로 증가한다.
영농 규모를 늘리기 위한 사업에 4769억원이 배정되며 바이오 장기(臟器) 생산연구사업 등 생명공학 연구개발(R&D) 투자비가 3626억원으로 확대된다.
이 밖에 초대형 헬기 도입 등 산불 방재에 702억원, 수리시설 개보수 등 재해방지투자에 3200억원이 투입된다.
구제역과 조류독감 등의 예방을 위해 가축방역 예산도 올해 277억원에서 505억원으로 확충됐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