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과거사 진상규명과는 별도로 군대 내에서 일어난 의문사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할 방침인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내 과거사 태스크포스(TF)팀은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군 의문사를 과거사 진상규명의 조사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검토한 끝에 이를 일반 과거사에 포함시키지 않고 특별 입법을 통해 조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법안 작성을 맡고 있는 문병호(文炳浩) 의원이 전했다.
문 의원은 “군 의문사를 과거사에 포함시킬 경우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과거사 진상규명의 취지가 흐려지고, 조사대상을 권위주의 정부에 한정키로 한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이유로 특별법 제정 방침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10월 5일경 과거사 관련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안’을 발의할 때 군 의문사 특별법안도 함께 제출할 방침이다. 이 경우 한나라당도 올 6월 자체적으로 군 의문사 관련 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여서 여야 합의에 의한 법안 통과가 확정적이다. 따라서 이르면 내년 초부터는 본격 조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통과되면 조사대상이 되는 군 의문사는 모두 200여건에 이른다는 게 문 의원의 설명. 열린우리당은 노태우(盧泰愚) 정부 때까지로 한정한 일반 과거사 진상규명의 조사대상과는 달리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노무현(盧武鉉) 정부 때 일어난 군 의문사까지 모두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노무현 정부 때 발생한 사건을 ‘과거사 진상조사’ 차원에서 조사하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한편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각종 개혁입법이 점차 ‘현실주의’ 쪽으로 선회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언론관련개혁법안과 친일진상규명법,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등 강행을 공언했던 개혁입법 내용이 국회통과를 앞두고 핵심내용이 속속 완화되고 있다.
신문법의 경우 여권이 개혁의 핵심화두로 제시했던 언론사주의 소유지분 제한과 상위 3개사 시장점유율 제한규정을 삽입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두 조항의 경우 위헌소지가 높은 데다 규정을 두더라도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인식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친일진상규명법의 경우도 동행명령 불응시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던 당초 조항을 과태료로 낮추고, ‘당사자 및 관계인’으로 정했던 동행명령의 대상도 ‘당사자’만으로 범위를 축소했다. 사립학교법도 “학교장에게 인사권을 줘야 한다”는 당 교육위 소속 의원들의 주장이 당내 반발에 부닥쳐 재단측과 학교장에 권한을 분산하는 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