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이용해 휠체어 테니스 서브를 넣고 있는 니컬러스 테일러. 두 손과 두 발이 모두 불편한 그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제공 아테네장애인올림픽조직위원회
오른쪽 발바닥으로 공을 굴려 왼쪽 발등에 조심스레 올려놓는다. 이 공을 위로 차올린 뒤 손목에 고리로 연결한 라켓을 휘둘러 서브를 넣는다.
2004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휠체어 테니스 부문에 미국 대표로 출전한 니컬러스 테일러(29). 선천성 관절 장애인인 그는 두 발뿐 아니라 양손도 거의 쓰지 못한다.
그런 그가 24일 아테네올림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혼성복식 준결승에서 데이비드 와그너(30)와 조를 이루어 출전, 캐나다의 브라이언 맥패이트(41)-새러 헌터(39) 조를 2-0으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테일러씨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휠체어 테니스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손 대신 발을 사용해 서브를 넣는 선수. 그런데도 이날 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더블 폴트를 범하지 않았을 만큼 정확한 서브 솜씨를 자랑했다. 보통 휠체어선수들은 수동식 휠체어를 타지만 그는 전동휠체어를 탄다. 장애 정도가 심해 국제테니스연맹(ITF)이 특별히 허용한 것. 오른손으로는 버튼을 눌러 전동휠체어를 조작하고 왼손으로는 볼을 친다. 왼손은 엄지 중지 약지만 사용할 수 있어 라켓을 손목에 걸기 위한 특수장비가 필요하다.
동작 하나하나가 힘들기 짝이 없어 보이지만 그는 남자복식 세계 랭킹 4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강자. 1999년엔 미국테니스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휠체어선수’로 뽑혔고 각종 대회에서 11차례나 우승했다. 올해 미국 캔자스주 위치토주립대학에서 경영정보시스템 석사학위를 딴 그는 “세상에는 불가능한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노력하기에 따라 그 불가능을 없앨 수 있다”며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나에겐 믿을 수 없는 경험”이라고 기뻐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