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매듭의 기술을 잇고 있는 최은순 여사(가운데)와 딸 정봉섭(오른쪽), 손녀딸 박선경씨(왼쪽)가 매듭 제작과정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신원건기자
“보기에는 곱고 화려해 보이지만 상당한 인내와 고통이 따릅니다.”
4대째 ‘전통매듭’의 맥을 이어 온 중요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최은순 여사(85) 가족이 첫 매듭전시회를 열며 소회를 밝혔다.
24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중요문화재 전수회관에서 초대 전시회를 갖는 최 여사의 전시회에는 그의 가족들이 모두 참여했다.
최 여사는 우리나라 제2대 매듭장. 1968년 남편이자 스승인 우리나라 초대 매듭장 정연수씨가 타계하면서 대를 이어받았다. 최 여사의 딸 정봉섭씨(66)가 1982년 매듭장 보유자로, 손녀딸인 박선경씨(41)가 1986년 매듭장 ‘조교’로 인정돼 한 집안에서 4대째 중요무형문화재를 이어가게 됐다.
“생사를 타래에 얹어 풀고 염색하고, 또 물레와 얼레에 풀어 꼬는 전 과정을 손으로 하다보니 인내심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배우다 그만두는 사람이 대부분이죠.”
최 여사는 “흔한 장식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만드는 과정을 보면 우리 인생살이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며 매듭인생론을 편다.
한 가닥의 실을 끊지 않고 이어 만드는 술을 완성하기까지는 실을 반으로 접어 길이를 맞춰가며 두 가닥씩 꼬기를 수백회 반복한다. 보통 지름 2cm짜리 작은 술을 만들기 위해선 모두 260여 차례의 반복 작업이 필요하다.
“세상살이 혼자 하는 게 있나요. 급하다고 서두르거나 좀 잘 안다고 대충 하다가는 다 만들어 놓고도 후회하게 돼요. 차분하게 하나씩 천천히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죠.”
이렇게 만들 때 잊어서는 안 되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술이 아무리 예뻐도, 매듭이 아무리 화려해도 스스로 돋보이려 하기보다는 다른 무엇을 화려하게 하기 위한 장식물이라는 기본을 잊으면 안 됩니다.”
최 여사는 인생이나 매듭이나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 가야 한다는 소박한 삶의 철학을 설명한다.
최 여사는 요즘 기록물 만들기에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편이자 스승의 주특기였던 장례식이나 불교 행사에 쓰이는 대형 매듭에 대한 기록과 전통 도안이나 색감 내는 법에 대한 기록 등을 정리해 자료로 만들어 둘 생각이다.
“아직은 내 머릿속에 다 있지만 언제 사라질지 모르잖아요. 내가 곧 사라질 것처럼….”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