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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女 함께 일해요”… 주부 일손 나누며 즐기는 명절로

입력 | 2004-09-25 17:17:00


‘명절연휴 또 왔다네/이제부터 죽음이네/나물 볶고 탕 끓이네/비싼 조기 굽는다네/내 허리도 굽는다네/송편 빚어 달랬더니/반죽 갖고 예술 하네/반죽으로 치고 싶네/제사상이 펼쳐지네/이제서야 동서 오네/낯짝 보니 치고 싶네….’

직장인 정모씨(48·경기 고양시)는 최근 한 백화점으로부터 ‘듣고 싶지 않은 노래’라는 제목의 e메일을 받았다.

이는 추석을 앞두고 명절마다 겪는 여성들의 고충을 담아낸 글로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백화점의 안내문에까지 등장한 것.

정씨는 “e메일에는 이 글과 함께 ‘이번엔 전도 부치고 송편도 만들어 아내가 명절증후군에 시달리지 않도록 배려하자’고 적혀 있었다”며 “여성이 명절에 어떤 심정인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여성에게는 달갑지 않은 휴일인 추석.

그러나 이제는 가족 모두가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는 명절로 바꿔나가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캠페인의 주체가 과거 여성단체에서 점차 인터넷 백화점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부커뮤니티 아줌마닷컴(www.azoomma.com)은 이달 초부터 ‘2004 즐거워라, 우리 명절 한가위’를 주제로 캠페인을 벌여왔다.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전 가족들에게 ‘함께 장보러 가기’ ‘심부름 3가지 해주기’ ‘설거지나 청소하기’ 등 주부가 일손을 덜 수 있는 방법이 적힌 쿠폰을 컴퓨터에서 내려받아 나눠주도록 한 것.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추석을 맞아 여성들이 명절증후군 등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고부갈등 아카데미’(http://cafe.daum.net/gobua)를 개설했다.

1999년부터 ‘웃어라 명절’을 주제로 여성의 명절증후군 해소를 위한 캠페인을 벌여온 한국여성민우회 인은숙 간사는 “명절 때 여자만 일하는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됐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남성들의 행동 변화는 미흡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