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 1차 TV토론을 앞두고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후보가 막바지 준비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1차토론 주제는 핵심쟁점인 이라크전쟁 등 안보분야인 데다 시청률도 3차례 토론 가운데 가장 높을 전망이어서 대격돌이 예고된다.
25일 미 CBS 방송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표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응답자는 27%. 부시 대통령이 5∼8%포인트 앞선 상황이지만 토론 결과에 따라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다.
부시 대통령은 26일 백악관 대신에 텍사스 크로퍼드의 개인 목장에서 주말 칩거에 들어갔다. 손수 가꾼 목장의 편안한 분위기에서 최종 점검에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다소 여유 있는 표정이다.
부시 대통령과 달리 케리 후보는 접전지역인 위스콘신주의 소도시에 머물기로 했다. 지역 언론의 주목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서 지지율 상승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토론회 때까지 공식 유세일정은 만들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부시의 이상 화법(dyslexicon)’이란 책이 나올 정도로 말솜씨가 ‘평균점’을 넘지 못한다. 공화당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둔 듯 7월 말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을 팀장으로 토론준비팀을 구성해 극비리에 연습을 해 왔다. 편안한 느낌을 주면서도 테러와의 전쟁에 관해서는 단호한 어조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참모들은 “부시 대통령이 두툼한 자료집을 늘 챙겨봤고 케리 후보의 토론 비디오 분석을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케리 후보의 과거 발언 및 연설, 의회 표결 사이의 ‘모순점’을 집중 부각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케리 후보는 다소 딱딱하지만 정연한 논리를 자랑한다. 부시 대통령보다는 한달쯤 늦은 지난달 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버넌 조던을 팀장으로 준비팀을 구성했다. 부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꼼꼼히 챙겼고 공격포인트와 방어논리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캠프가 정작 걱정하는 대목은 ‘부시 대통령은 토론을 잘 못한다’는 일반의 인식. 기대 자체가 낮기 때문에 조금만 잘해도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케리 후보가 얼마 전 한 코미디 프로에 출연해 “부시 대통령은 현직 텍사스 주지사와 현직 부통령(앨 고어)을 누른 훌륭한 토론자”라고 치켜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토론장소가 과거처럼 방송 스튜디오가 아니라 7000명 수용 규모의 체육관이란 점과 두 후보가 선거유세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