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아웃카운트, 아니 단 한 개의 스트라이크가 필요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을 눈앞에 두고 김선우(27·몬트리올 엑스포스)는 통한의 2루타를 허용해 1점을 내줬다. 공 1개로 운명이 갈라지는 게 바로 야구다.
25일 캐나다 몬트리올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메이저리그 경기. 몬트리올이 초반 대량득점에 성공하며 일찌감치 8-0으로 앞서자 관심은 김선우의 완봉승 여부에 쏠렸다.
8회까지 6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한 김선우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사후 볼넷으로 주자 1명을 내보냈으나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 투아웃. 이제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았다. 초구와 2구 모두 스트라이크. 하지만 필라델피아의 제이슨 마이클스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김선우는 풀카운트에서 바깥쪽으로 회심의 직구를 던졌으나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를 허용해 1루주자가 홈을 밟으며 1실점했다.
잘 던지고 … 잘 때리고…
4회 무사만루에서 2타점짜리 2루타를 날리고 다음 타자의 안타로 득점에 성공한 김선우. -몬트리올= AP 연합
이에 프랭크 로빈슨 감독은 곧바로 마운드로 올라가 김선우로부터 공을 넘겨받고 투수를 교체했다. “올해 가장 많은 공을 던졌기 때문에 더 놔둘 수가 없었다”는 게 로빈슨 감독의 말.
하지만 마운드를 내려가는 김선우에게 몬트리올 홈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모자를 벗어 답례한 김선우는 비록 완봉승은 놓쳤으나 더그아웃의 동료들에게서 뜨거운 축하를 받았다.
데뷔 이래 가장 많은 123개의 공을 던졌고 가장 많은 탈삼진(8개)을 거두며 8과 3분의 2이닝 동안 7안타 2볼넷으로 1실점. 김선우는 4회 2타점짜리 2루타를 날리는 등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2안타도 터뜨렸다.
외신들은 이날 경기에 대해 ‘햇빛이 비췄다(Sun shines)’고 표현했다. 김선우의 별명인 ‘서니(Sunny·햇살)’를 빗대 표현한 말이었다.
6월 11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 이후 106일 만에 시즌 4승째(5패)를 올린 김선우는 “최근 5, 6차례의 등판에서 90개 이상을 던진 적이 없었다. 6, 7회가 지나자 조금 피곤했지만 더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선우의 이날 승리로 메이저리그 한국 투수들은 지난달 29일 백차승(시애틀 매리너스)의 승리 이후 18경기 등판 만에 1승을 추가한 셈이 됐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