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과 6월 각각 별세한 한국 역사학계의 석학 고병익(高柄翊) 이기백(李基白) 두 선생에게 뒤늦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됐다. 행정자치부는 지난주 국무회의를 거친 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고인들에게 훈장을 추서했다고 30일 밝혔다. 훈장은 7일 유족에게 전달된다.
통상 학문적으로 뛰어난 업적이 있는 학자가 사망할 경우 사망 당일 또는 다음날 관계 부처의 건의를 거쳐 훈장이 추서된다. 원래 훈장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가 있은 뒤 수여되지만 사회적으로 공적이 큰 저명인사가 사망했을 때는 훈장을 먼저 수여한 뒤 나중에 절차를 밟는다. 5월 세상을 떠난 구상(具常) 시인과, 6월 별세한 전철환(全哲煥) 전 한국은행 총재에게 추서된 훈장이 그런 예다.
그동안 역사학계는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훈장이 추서되지 않자 의아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8월 중순 안병영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한 지인에게서 고인들에게 훈장이 추서되지 않았다는 것을 전해들은 뒤 직접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훈장 추서를 건의했다고 한다. 또 고인들이 오랫동안 회원으로 있던 대한민국학술원에서도 훈장 추서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말 교육부 학술연구지원과가 고인들을 훈장 추서 대상자로 추천했고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고인들이 세상을 떠난 지 각각 4개월, 3개월이 지난 뒤 훈장을 받게 된 것이다.
고 선생은 서울대 교수와 총장,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문화재위원장 등을 지냈고 이 선생은 이화여대 서강대 한림대에서 교수로 후학들을 길렀으며 ‘한국사신론’ 등의 저서를 남겼다.
서울대 국사학과 정옥자(鄭玉子) 교수는 “학문적으로 공적이 큰 분들에게 정부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기다리느라 답답했다”며 “두 분의 공적이 뒤늦게나마 인정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