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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황유성]대만의 해양국가론

입력 | 2004-09-30 18:55:00


대만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은 3월 선거에서 본성인(本省人)과 외성인(外省人)간의 지역감정을 극단적으로 자극하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외래정권인 국민당을 지지하는 것은 대만을 중국에 팔아먹는 것”이라며 “본성인이 일치단결해 이를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성인과 외성인을 구분 짓는 인물은 명(明) 유신(遺臣) 정성공(鄭成功·1624∼1662)이다. 약 350년 전 그를 따라 대만에 정착한 사람이 본성인이고, 1949년 장제스(蔣介石) 전 국민당 정권과 함께 대만으로 건너온 사람이 외성인이다.

▷정성공은 1644년 명이 멸망하자 진먼(金門)섬과 푸젠(福建)성 샤먼(廈門) 등지에서 항청복명(抗淸復明) 활동을 펼친 인물이다. 한때 난징(南京)을 공략하는 등 기세를 떨치기도 했으나 1661년 청의 강력한 공격에 밀려 대만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당시 네덜란드인을 축출해 대만을 식민지에서 해방시킨 그는 필리핀에까지 영향권을 넓히려는 웅대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38세로 요절했다.

▷1996년 총통선거에 출마했던 민진당 펑밍민(彭明敏) 후보는 “대만은 대륙의 변방이 아니라 태평양을 힘차게 헤엄치는 고래 모양의 해양국가”라고 역설했다. 그가 내놓은 해양국가론의 대표적 추종자가 뤼슈롄(呂秀蓮) 부총통이다. 그는 지난달 “정성공은 중국 역사상 보기 드문 해양 정신의 소유자”라며 “대륙을 수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가졌던 그는 대만이 대륙보다 살기 좋다는 사실을 깨닫고 대만인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정성공은 국민당 정권하에서 본토 수복의 상징적 인물로 추앙받아 왔다. 그런 그가 대만 독립 노선을 걷는 민진당 정권하에서 해양입국의 선지자로 탈바꿈되고 있다. 대만 행정원은 15일 통일정책을 관장해 온 대륙위원회의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해양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대륙 수복을 포기하고 해양을 개척하는 ‘정성공판(版) 정부’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중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만은 대륙수복의 선봉장이었던 정성공에 대한 새로운 역사 해석을 통해 양안(兩岸)간 거리를 더욱 벌려 나가고 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