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석군이 30일 입원 중인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학내 종교자유 약속을 받아낸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권주훈기자
“제가 생각하는 제 자신은 ‘바보 같은 사람’이에요. 융통성도 없고 고지식하죠. 그래도 낙천적인 성격은 마음에 들어요.”
30일 오전 11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8209호실. 단식 끝에 학교로부터 전교생의 예배 선택권을 얻어낸 대광고 3학년 강의석군(18)은 46일간의 단식으로 75kg의 몸무게가 50kg으로 줄었다가 이제 65kg까지 회복된 상태였다.
강군과 학교의 지난한 싸움은 그가 6월 16일 강제 예배에 반대하는 ‘교내방송’을 내보내면서 시작됐다. 이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1인 시위를 벌였고 7월 8일 학교로부터 제적 통보를 받았다.
강군은 “처음에 부모님은 전학을 권유했지만 나중엔 아들을 믿고 존중해주셨다”며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내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전학은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강군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고,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퇴학무효 소송을 내는 등 외로운 싸움을 계속했다. 점차 강군을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사람도 늘어났다. 교내방송 직후 개설한 다음 카페 ‘미션스쿨종교자유’의 회원 수도 3000명을 넘어섰다.
9월 1일 법원은 퇴학무효 가처분 결정을 내렸고 강군은 다시 학교에 나갈 수 있게 됐지만 ‘학생들의 예배 선택권’을 주장하며 단식은 중단하지 않았다. 강군은 25일 새벽 학교로부터 그토록 바라던 예배 선택권을 약속받은 뒤에야 단식을 풀었다.
강군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5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모의고사에서 수학 점수가 60점이나 떨어졌다”며 “그동안 못했던 공부를 하려니 몸도 마음도 바빠 추석연휴 때는 병원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공부했다”고 말했다. 줄곧 전교 1, 2등을 해왔던 강군의 병실 한 구석엔 각종 수능 문제집이 쌓여 있었다.
아버지 강재정씨(47)는 “가족끼리 캠핑을 가서도 숙소에서 불법으로 방류되는 오염물질을 보고 주인에게 항의해 더 이상 오염물을 방출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받아 낸 아들”이라며 “한편으로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항상 바르게 생각하는 아들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강군은 서울대 법대 수시전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각종 제도의 틀을 마련할 수 있는 법을 공부해 훌륭한 판사도 되고 싶고, 기회가 되면 정치도 하고 싶다”며 “일단 대학에 들어가서는 전국 곳곳으로 여행도 다니고 철학 문학 사회과학 등 다방면으로 마음껏 책을 읽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