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이 도입한 인문계(일반계) 고교의 0교시 폐지 및 보충학습 단축 규정이 일선 학교 등의 반발로 흐지부지되고 있다.
시·도교육청은 올해 5월 오전 8시 이전의 0교시 수업을 금지하고 오후 6시 이후의 보충수업을 대폭 줄이기로 전교조와 합의한 뒤 이를 시행하도록 각 학교에 지시했다.
전교조는 인문계 고교에서 예전처럼 0교시와 보충학습이 이뤄지고 있다며 규정 준수를 요구하는 반면 교장들은 현실을 무시하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최근 대구시내 인문계 고교 교사 420여명의 서명을 받은 성명을 내고 “교장들은 0교시와 보충학습에 대해 교육청과 합의한 내용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전교조 장명재(蔣明在) 대구지부장은 “인문계 고교 교장으로 구성된 현장장학협의회가 앞장을 서서 교육청 방침을 어기고 있다”며 “파행적인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현장장학협의회부터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교 교장들은 “전교조가 학생들의 대학 입시를 책임지지도 못할 무책임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일축했다.
대구시내 65개 인문계 고교 가운데 몇몇 공립고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는 보충수업 등을 이전과 같은 형태로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1지구 현장장학협의회 김철수(金哲洙·정동고 교장) 위원장은 “일주일에 보충수업을 5시간 이내로 하라는 규정은 대학입시가 목표인 인문계 고교에는 맞지 않다”며 “학부모의 요구와 학교의 자율성을 고려할 때 이 규정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교장들은 “교육에 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자발적으로 구성한 현장장학협의회를 전교조가 폐지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대구와 마찬가지로 도교육청과 전교조가 0교시 폐지와 보충학습 단축을 합의했던 경북지역은 이 합의가 처음부터 별다른 효력을 보이지 못했다.
경북도내 124개 인문계 고교 대부분은 현재 보충수업을 이전과 같은 형태로 하고 있다.
전국중등교육협의회 경북협의회장인 황영수(黃玲守) 구미 인동고 교장은 “대구와 달리 경북지역은 학교에서 한 시간이라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입시를 앞둔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며 “보충수업은 학교와 학부모가 의견을 모아 실시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